헐버트 박사 58주기 참석차 방한 외손녀 애덤스씨

"할아버지의 한국사랑 극진했죠"


"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셨어요.” 지난 1907년 이준ㆍ이상설ㆍ이위종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한제국의 국권회복운동을 벌인 호머 헐버트 박사의 외손녀 주디 애덤스(85)씨가 헐버트 박사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1922년부터 한국을 방문한 헐버트 박사가 숨을 거둔 49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시골집에서 헐버트 박사와 같이 살았다. 애덤스씨는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찾아 할아버지를 뵙는 것이다. 애덤스씨는 1일 “할아버지는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았고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너무나 상심했다고 말하셨다”며 “저와 이웃의 친구들에게 한국의 동화를 들려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극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할아버지가 딱 한번 나에게 헤이그 회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할아버지는 회의에 참석했던 각국 정부를 비판했고 특히 ‘미국이 한국을 배신했어’라며 미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애덤스씨는 49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헐버트 박사를 초대했을 때의 일화도 들려줬다. “할아버지가 그만큼 좋아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어요. 80을 훌쩍 넘긴 노인네가 정말 다시 태어난 것 같았죠.” 그 해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로 방한했던 헐버트 박사는 한국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평소 소원대로 한국 땅에 묻혔다. “할아버지를 한국에 묻는 데 반대한 가족은 아무도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항상 ‘나는 웨스터민스터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애덤스씨는 오는 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헐버트 박사의 자취를 더듬을 예정이다. 3일 열리는 추모식에서는 처음으로 헐버트 박사의 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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