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美 대선의 시사점
증권부 송영규 기자
증권부 송영규 기자
“미국 대선이 끝났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나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길이 막막한데….” “사업계획이요? 모든 게 불확실한데 무슨 계획을 잡습니까. 차라리 없는 게 나아요.”
접전을 치른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드러난 4일 오전 기업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한결 같은 하소연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내부적으로 사업계획 무용론까지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내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사업계획을 완성하고 세부조정 작업에 들어갔을 시점이지만 지금은 개괄적인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단다. 그래서 하는 말이 “내년에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하고 싶지만 할 만한 곳이 없다고도 말하고 있다. 그냥 무작정 돈만 쌓아두고 언제나 투자할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몇몇 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하려다가 전망이 불확실해서 포기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같은 시각 정치권은 경제현장의 이 같은 고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이다. 입으로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 증시를 살려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선 벌써 1주일가량 누가 잘못했느니, 누가 먼저 사과해야 한다느니 하는 것으로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국의 현재 모습은 기업ㆍ국민 따로 정치권 따로인 따로국밥이다.
4일 새벽 케리 후보가 패배를 시인하면서 미국 대선이 마침내 끝이 났다. 더 이상 국론분열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정말 그런지 아니면 이길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자세다.
바닥에 누워 있는 경제를 위해, 외세에 흔들리는 주식시장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국내 정치인들에게서도 깨끗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 과연 지나친 기대일까.
skong@sed.co.kr
입력시간 : 2004-11-04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