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 공포 원자재시장 강타]철강 등 단기 가격변동 타격 없지만...

■ 국내 기업 영향은


중국발 원자재 시장 후폭풍에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겉으로 보기에는 원가절감 등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수출단가 인하로 연결될 수 있는데다 무역업계의 경우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이번 중국발 여파가 단기간으로 끝날지, 장기간 지속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철강 업계는 일단 당장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원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도입가격으로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호주산 철광석을 수입한다고 해도 곧바로 제조 공정에 투입되지는 않는데다 이미 확보해둔 철광석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 가격 자체도 국제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주문량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포스코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3~6개월 정도의 시차가 걸린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자동차 등 원자재 수입이 많은 다른 업계 역시 비슷하다. 철강 산업이 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으면 조선이나 자동차 업계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원자재 가격보다는 글로벌 수요나 주문량 등이 더 큰 가격 결정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무역업계의 경우 매출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매출은 14조9,921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다. 화학·철강 원자재 가격 하락이 트레이딩 부문의 매출에 영향을 끼친 탓도 컸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변동이 영업이익 하락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다양한 위험회피(Hedging)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리 물량을 확보해두고 거래하는 장기구매 방식이라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보통 선물시장에서 거래하면서 헤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매출이 조금 줄어들 수는 있지만 영업이익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원자재 시장 변동이 자사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분석에 나선 상태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수출 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판매하는 철강 기업 등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수출 단가까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원자재 가격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 연구원은 "또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를 원가절감과 가격경쟁력 강화 등 체질개선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변동이 장기화되고 에너지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때다. 국내 산업계 전반을 봤을 때 원자재 가격 변동이 가장 큰 경우는 에너지 가격이 요동칠 때다.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 탓이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는 각각 993억3,300만달러, 125억9,100만달러, 363만2,100만달러였다. 세 품목을 모두 합쳤을 때 우리나라의 전체 원자재 수입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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