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의 백72가 놓이자 검토진들은 비로소 사태의 전모를 알아차렸다. 흑의 사냥작전이 실패로 돌아갔음이 확인된 것이었다. "털도 안 뜯고 그냥 잡아먹으려다가 백대마를 고스란히 살려주게 되었군요."(김성룡) 이때쯤은 이세돌도 비로소 자기의 수읽기에 중대한 착오가 있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는 흑73을 두기에 앞서 10분 가까이 시간을 썼다. 그 사이에 목진석은 참고도1의 흑1로 두면 어떻게 되는가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것이면 백2 이하 백14로 패가 되는데 이 패는 백에게 한 수 여유가 있는 패이므로 흑이 견딜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흑73 이하 77은 이렇게 되는 자리. 흑이 77을 두기에 앞서 73과 75를 둔 것은 장차 벌어질 수상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수순이었다. 백78은 회심의 수순. 이렇게 먼저 끊는 것이 지금은 최선이다. "그것으로…."(김성룡) 백이 확실히 살았다. 검토실의 바둑판 위에는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6이 놓였다. 백도 살고 흑도 사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되면 형세는 어떨까?"(김성룡) "말할 것도 없이 백의 필승지세지요."(목진석) 그렇다면 이세돌이 후지쯔배마저도 탈락하게 된단 말인가. 그 동안 11연승을 거둔 상대에게 드디어 1패를 당한다는 말인가.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은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