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베스트10'선정 조훈현.마샤오춘 順세계바둑랭킹 1위는 누구일까. 물론 한국 바둑팬들은 이창호9단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바둑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일본 바둑계는 다르다.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기풍이 모호한 이창호보다는 「승부사」 조치훈9단이나 「지하철 바둑」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을 꼽는다.
한국기원은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세기 세계바둑랭킹 베스트10」을 선정했다. 88년 최초로 창설된 세계대회인 후지쓰배를 비롯해 동양증권배, 삼성화재배, LG배 등 6개 메이저 국제대회의 성적을 토대로 순위를 매겼다. 우승은 10점, 준우승 7점, 4강 4점, 8강 2점, 16강은 1점을 주었다. 대상기간이 88년부터 99년까지 13년간에 불과해 「20세기 랭킹」으로 부르기엔 조금 무리지만 현재의 랭킹은 대충 가늠해볼 수 있다.
1위는 역시 이창호9단. 155점을 얻어 2위인 108점을 얻은 조훈현9단보다 무려 47점이 앞선다. 이9단은 조사대상 30개 대회에서 11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 92년 16세의 나이로 제3회 동양증권배에서 우승, 세계 최연소 타이틀권자로 등극한 이래 98·99년에는 8개 대회중 5개를 차지했다.
2위는 조훈현9단. 특히 94년에는 세계대회를 모두 한 차례씩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기록했다. 3위는 우승 2회, 준우승 5회를 기록한 중국의 마샤오춘(馬曉春)9단이 차지했다. 95년에는 세계랭킹 1위를 기록했으나 천적 이창호의 벽에 가로막혀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4회의 준우승도 이창호에 의해 만들어진 기록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9단은 우승 3회, 준우승 5회로 4위에 올랐다. 6위는 일본의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조치훈9단. 조훈현9단과 더불어 세계대회에 가장 많이 출전했지만 우승 1회, 준우승 1회에 그쳤다.
6위부터는 「어제의 용사」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했다. 즉 6위는 단단한 기풍 때문에 「이중허리」로 불리는 린하이펑(林海峰)9단, 7위는 준우승만 3회를 한 「철의 수문장」 녜웨이핑(攝衛平)9단이 기록했다. 8~10위는 왕리청(王立誠)9단, 고바야시9단,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 등이 올랐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