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의 시비를 가리는데 열중하는 나머지 그 배후의 더 큰 시비거리엔 입을 닫고 외면 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대전 모 변호사의 수임 비리사건이 그런 사례이다.
또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지금 청문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란 책임 떠넘기기도 그런 사례가 된다.
대전 사건의 경우 시비의 초점은 형사 사건의 변호를 수임함에 있어 관계자에게 돈을 주었느냐, 또 관계자들은 그돈을 받았느냐에만 모아지고 있다. 돈을 주고 받으면서 특정 변호사에게 형사사건의 변호를 몰아 주었다면 물론 그것자체로서도 문제가 안되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큰 시비는 그런 비리의 관계가 재판결과에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데 있다. 전관예우의 폐단을 걱정하고 유전(有錢)이면 무죄요 무전(無錢)이면 유죄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귀담아 들어야하는 것은 그런 비리의 관계가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사건의 시비는 수임비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작은 것을 시비하고 큰 것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할수 밖에 없다.
경제청문회의 경우는 외환위기에 대한 보고의 유무가 시비의 초점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은 몇차례씩이나 보고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재경원(당시)은 그런 보고를 받은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보고했으니 그뒤의 환란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것처럼 들리고 또 보고 받은바 없으니 환란책임도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 주장은 비유하자면 불이 났는데 불났다고 보고했으니 불끄는 책임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고 또 불이 난것을 보고도 불났다는 보고가 없었으니 불을 안 껐다는 소리와 같다.
그러나 환란의 근원과 책임은 그런 사소한 보고의 유무에 있지는 않다. 국가의 위난을 알리는 경보장치가 시스템으로서도 불완전했을 뿐 아니라 제도의 운용 또한 미숙했기 때문에 빚어진 재앙이었던 것이다. 위기관리체제가 제도로서나 운용면에서나 모두 허점투성이었던 것이다.
책임을 추궁하고 처벌만을 일삼으려 한다면 모를까 정책결정 시스템과 운용상의 결함을 찾아 내어 후일의 경계로 삼으로 한다면 경제청문회는 보고의 유무등 사소한 일에 힘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작은 잘못은 밝혀낼수 있을지 모르나 큰 잘못은 시비되지 않은채 덮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鄭泰成(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