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명의 실종자를 낸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관련 부처 간 진단도 상반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전문가의 분석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일단 암초 등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배에 실린 화물을 비롯해 내부의 폭발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어 정확한 사고 원인은 18일께 인양작업이 본격화된 후에나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는 "침몰 지점이 암초지대가 아니라고는 하나 해상 선박이 빠른 조류와 바람 때문에 평소 다니던 항로를 벗어나 수면 아래 바위와 충돌했을 수 있다"며 "선박을 조사해보면 정확히 알겠지만 선체에 옆으로 길게 찢어진 모양의 파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인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도 "배 밑바닥이 암초 등 무엇인가와 부딪혔고 왼쪽 밑바닥이 길게 찢어지는 파공이 생기면서 침수돼 빠른 속도로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더라도 대부분이 배 앞부분이 무엇인가에 부딪힌 듯 '쾅' 하는 소리가 나면서 크게 흔들렸다는 점에서 암초 충돌 가능성에 일단 사고 원인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이날 시계가 나쁘지 않았고 파도도 높지 않은데다 비록 이날 사고 여객선의 선장이 대체선장이었다고 했지만 이 선장도 인천~제주 항로만 8년째 운항한 베테랑으로 알려져 운항 미숙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날 안개로 인천항 출발시각이 당초 예상보다 2시간가량 늦어진 탓에 제주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당초 정해진 항로를 다소 벗어나 운항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밖에도 여객선 특성상 배에 실려 있던 화물이나 차량이 폭발 등의 문제를 일으켜 선박 침몰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암초 충돌 가능성보다는 카페리의 특성상 배에 실린 화물이나 차량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선체에 파공이 생겨 침수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침몰한 세월호를 인양하기 위해 특수 인양 크레인 3척이 17일 오전에 각각 거제와 부산항을 떠나 사고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인양작업은 구조와 수색작업 등이 마무리되는 18일 오전6시 정도에 진행될 계획이다. 하지만 사고지역의 조류가 빠르고 물속 시계가 좋지 않아 인양작업이 늦어질 때는 사고 원인 규명도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0년 천안함의 경우도 함정 인양에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