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나라살림] 세출>세입… 만성 적자 시대 오나

적자국채 발행 매년 급증… 올 누적액 첫 200조 훌쩍
내년 적자성 채무 300조… 국민 1인당 빚 621만원



경기부양을 위한 확대재정과 인건비·복지예산 등 경직성 예산의 증가로 나라 살림의 세출이 세입을 웃도는 만성 재정적자 시대를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정적자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돼 7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에는 세출 증가율을 세입 증가율보다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확대재정 편성으로 경기회복에 성공한다면 재정수지 악화를 막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재정적자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부족한 나라 곳간을 메우려고 발행하는 적자 국채 발행액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또 국가채무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년에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선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중기재정계획(2014~2018년)에 따라 편성한 오는 2015년 예산안은 총지출 증가율이 총수입 증가율을 2.1%포인트 초과하게 된다. 총수입은 382조 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지만 총지출은 376조원으로 같은 기간 5.7% 증가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등을 위한 확장적 재정운용과 복지예산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기 때문으로 일시적인 재정적자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 전망과 세입 여건 등을 고려하면 재정균형 달성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가 자체적으로 유지해오던 재정규율이 사실상 폐기됐다"며 "정부의 예상과 달리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는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세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재정적자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예측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데다 만성적인 세입 부족에 시달려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악순환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시적 재정적자가 아닌 만성적 재정적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출이 세입을 초과하는 현상으로 재정보전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액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채무관리계획(2014~2018년)에 따르면 올해 적자 국채 발행 누적잔액은 200조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선다. 2015년 233조7,000억원, 2016년 271조3,000억원, 2017년 302조4,000억원, 2018년 325조9,000억원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적자 국채 순발행 규모는 올해 27조7,000억원, 내년 33조1,000억원에 이른다.

적자 국채 발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적자성 국가채무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적자성 국가채무는 내년에 314조2,000억원으로 300조원을 처음 돌파한다. 2018년에는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늘어나 2018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적자성 국가채무는 융자금이나 외화자산 등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국민들이 적자성 국가채무로 짊어져야 할 빚은 내년 기준 1인당 621만원에 달한다. 현재 세대가 상환하지 못하면 결국 미래 세대가 원금에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부담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갈수록 늘어가면서 국민들의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며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맞춰 예산안을 편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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