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바다는 블루오션이다

지인에게 전해 들은 놀라운 얘기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 조그맣고 초라하기 짝이 없던 싱가포르를 40여년의 모진 고생과 노력 끝에 세계적인 강소국으로 변화시킨 전설의 주역이기도 하다. 한국의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한 포럼의 초청강연에 나선 리 전 총리가 단상에 오르자마자 의례적인 인사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10년 뒤에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리둥절한 청중들 사이에 긴장이 감돌았다. 리 전 총리가 말을 이었다. “배인가요, 자동차인가요, 반도체인가요, 철강제품인가요. 엄청난 연구개발비와 우수한 연구인력, 그리고 어마어마한 시설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이 10년 뒤에는 한국산보다 더 좋고 값싼 물건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 거의 확실하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각자의 앞날과 회사ㆍ나라의 장래를 나름대로 걱정하지만 대부분 “국토 좁고 인구 적고 자원 없고 분단국가이면서도 지금까지 잘 헤쳐왔는데 뭐 그럭저럭 잘될 거야” 하고 무책임하고 막연하게 넘기는 분위기여서 걱정스럽다. 그러나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사회 곳곳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이라고 할 만하다. ‘바다’가 이콴유씨의 질문에 대한 대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사실을 보자면 ‘첫째,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둘째, 넓이에서 바다(EEZ 지역)는 육지의 4.5배다. 셋째, 수백 수천년 동안 파먹어 육지의 자원은 고갈 상태이지만 바다는 처녀지다. 넷째, 특별히 우리 바다는 아름답다. 리아스식 해안과 3,000여개의 섬, 6,000㎢의 갯벌을 갖추고 있어 캐나다의 천 섬이나 지중해보다 빼어난 관광자원이다’는 것이다. 더구나 1억의 일본인과 13억의 중국 사람들이 이웃에 살고 있다. 좋은 시장을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에 1,000만이던 중국의 해외여행객이 2005년에 3,000만이 됐고 오는 2020년에는 1억명에 이를 거라고 세계관광기구는 전망하고 있다. 천혜의 보물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바다를 해상(海上)ㆍ해중(海中)ㆍ해저(海底)로 나눠 살펴보자. 우선 바다 위로는 배가 오간다. 물건을 나르는 배, 사람을 싣는 배, 고기 잡는 배, 놀이하는 배 등이다. 이순신 장군과 해상왕 장보고 대사의 활약이 남아 있고 수많은 전설과 민담ㆍ설화ㆍ노래ㆍ춤이 담겨 있다. 바다 속에는 물이 있다. 지구 전체 수량의 98%가 바닷물이다. 담수화 산업이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 참살이 식품으로 꼽히는 생선이 있고 조개가 있고 김과 미역이 있다. 플랑크톤 역시 미래의 산업소재로 등장했고 갯벌의 특이 미생물 나노산업이 중요 연구 분야가 됐다. 바다 밑에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갖가지 자원이 무진장으로 묻혀 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랑그도크루시용이라는 지방이 있다. 소규모 포도밭과 영세한 어민들이 어렵게 살아가던 이 지역을 63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특별법을 만들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기업과 주민대표들이 힘을 모아 세계적인 관광지로 바꿔놓았다. 매년 1,7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와 약 7조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랑그도크루시용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스무 살 때까지 우리 고장은 가난했어요. 모기가 들끓는 바닷가 늪지와 갈대밭은 무서운 곳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지상낙원입니다. 두 가지 덕택입니다. 천혜의 경관과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는 하늘의 선물이고 편리하고 안락하고 개성 있는 도시 시설과 매력적인 위락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우리의 바다는 랑그도크루시용보다 더 큰 하늘의 선물이다. 이제 사람들이 무엇을 보태느냐에 따라 상전벽해(桑田碧海)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바다를 주제로 한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고자 한다. ‘살아 있는 바다와 숨쉬는 연안’이라는 제목으로 남해안 여수 개최를 지난해 5월 국무총리의 서한 형식으로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신청했다. 세계박람회는 1851년 런던에서 처음 열린 후 올림픽ㆍ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행사가 됐다. 전화기ㆍ자동차ㆍ냉장고ㆍ텔레비전ㆍ비행기도 세계박람회를 통해 인류에 선을 보였고 파리의 명물 에펠탑 또한 박람회의 산물이다. 꽃 박람회, 책 박람회, 도자기 EXPO, 패션 EXPO 등 다양한 이름의 박람회가 열려 우리에게 익숙한 낱말이 됐지만 세계박람회는 그 격과 권위, 수준과 규모, 개최국의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통칭 박람회와 비교할 수 없다. 5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등록 박람회와 그 사이에 열리는 인증 박람회에 100여개 국가와 10여개 국제기구ㆍ기업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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