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정점일 때 장밋빛 전망만 믿고 계획된 사업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에서는 성공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2011년 9월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빌딩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입찰참여 업체로 거론됐던 한 대형 건설사 대표가 내놓은 답이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1조원을 허공에 날린 채 결국 좌초되는 운명을 맞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PFV는 12일 만기 도래한 52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를 13일 정오까지 결제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고 이날 밝혔다. 1조원의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채 결국 사실상 부도를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총 31조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옛 용산역 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해 동북아 지역의 랜드마크로 육성하겠다며 2007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섰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첫삽조차 제대로 떠보지 못한 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날 갚지 못한 52억원은 ABCP 이자로 원금상환 만기일인 6월12일까지는 아직 3개월의 기한이 남아 있다"며 "시간이 촉박하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정상화 방안을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은 앞으로 시행사인 드림허브 주총 등을 거쳐 파산절차 돌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주총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를 통해 사업정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지만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간에 이견이 커 사실상 파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업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출자사 간 대규모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들은 이미 연초부터 사업 좌초를 염두에 두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내부적으로 소송을 위한 법률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사업무산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서부이촌동 주민도 드림허브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피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용산개발사업 디폴트에 따른 금융권의 직접 피해액은 2,3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에 출자사로 참여한 금융기관은 모두 5곳으로 지분율을 합하면 23.65%다. 드림허브의 자본금이 1조원이어서 총투자액은 2,365억원인 셈이다. 특히 이번 사업과 관련해 금융기관들이 다른 개별 투자자나 사업자들에게 대출ㆍ지급보증한 금액까지 합하면 전체 피해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