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화상] <2> 류촨즈 롄샹홀딩스 회장

"한국 IT시장 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롄샹-IBM 융합에 역량집중
중국기업 해외업체 M&A는 계속 늘것
"IT산업 젊은인재 필요" 후계자 신뢰 표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꼽히는 류촨즈(柳傳志ㆍ61) 롄샹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컴퓨터 산업의 종주기업을 자처하는 IBM PC 부문을 인수해 세계를 놀라게 한 주역이다. 그가 이번에는 “중국의 해외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해 롄샹의 거침없는 행보가 지속될 것임을 자신했다. 중국 IT업계의 1세대 가운데 류 회장은 중국 최대 전자업체인 하이얼(Haier)의 장루이민 회장과 함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진다. 류 회장의 IT업계 인맥이 그만큼 깊고 넓기 때문이다. 지난 84년 동료들과 함께 롄샹의 전신인 중국과학원 계산기공사를 설립한 그는 이번 서울 세계화상대회에 참석한 화상 VIP 중에서도 최고 거물급 인사. 주최 측이 마련한 유력화상 공동 기자회견도 물리친 류 회장을 본지가 삼성동 COEX에서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류 회장은 지난 5월 인수를 완료한 IBM 얘기를 꺼내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IBM 사업 부문이 1ㆍ4분기에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며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다만 롄샹과 IBM의 임직원이 문화적으로 융합하는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한 뒤 “일단은 여기(문화적 융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추가 M&A 가능성과 관련, “일단 IBM 문제에 주력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M&A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IBM과 롄샹의 화학적 융합이 마무리되면 “추가 M&A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류 회장은 중국기업의 M&A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다른 기업들의)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잘 모르지만 중국기업의 해외업체에 대한 M&A는 현재도 추진 중”이라며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롄샹의 눈부신 성장에 대해 류 회장은 “정부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기업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IT 부문에서는 민간의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 그는 “그래서 롄샹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90년대 이전 정부 통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류 회장은 “시장개방으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잘 극복해 현재의 롄샹이 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롄샹은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을 무기로 97년 처음으로 중국 PC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선 뒤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며 현재도 수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IT업계 및 시장을 예의 주시해왔다는 류 회장은 “IBM의 ‘씽크’ 브랜드를 앞세워 고급화 전략으로 롄샹의 기업이미지를 각인시킨 뒤 롄샹의 독자 브랜드를 투입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숨기지 않아 그의 자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했다. 류 회장은 비단 한국시장만이 문제가 아니라 세계 1ㆍ2위 컴퓨터 메이커인 델과 HP를 제치고 세계 넘버원이 되겠다는 포부도 보여주었다. “IT산업에는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경영에서 한 발 물러선 류 회장은 후계자인 양위안칭(楊元慶) 롄샹 회장에 대해 “도덕적으로 매우 깨끗하며 경영책임도 잘 완수하고 있다”며 신뢰를 표시했다. 류 회장은 2001년 35세의 양 회장을 롄샹의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발탁,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류 회장은 현재 롄샹그룹 등을 거느린 롄샹홀딩스의 회장과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의 부주석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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