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과 태광이 국내 탄소섬유 시장 외연 확대에 나섰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생산물량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했지만 방위산업 및 보급형 시장 등을 적극 발굴해 내수시장을 두텁게 하겠다는 복안에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달 전주공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 등에게 국산 탄소섬유의 내수시장 개척 방안을 설명했다. 효성은 방산용 탄소섬유를 비롯해 천연가스(CNG) 용기, 풍력발전기 날개, 자동차부품 등을 중심으로 국내 탄소섬유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며 정부·여당 차원의 지원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탄소섬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용처도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탄소섬유 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섬유는 강도가 철의 10배지만 무게는 4분의1에 불과해 항공ㆍ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다양한 분야에서 최첨단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효성은 이를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해 현재 전주공장에서 연 2,000톤 규모를 생산하지만 내수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전량 수출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의 7~8배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직 활용도가 낮다.
효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오는 2020년까지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연 1만4,000톤 규모로 늘려 가격경쟁력을 키우고 품질도 높일 것"이라며 "이와 함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에 탄소섬유 관련 시범사업 등의 방안을 꾸준히 건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 1,500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해 대부분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는 태광 역시 내수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산업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저비용 탄소섬유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레이 등 해외 선두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고성능' 시장보다 '보급형'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태광은 탄소섬유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해 자동차 차체와 도어 등의 소재로 공급할 계획이다.
도레이첨단소재도 한국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은 지난해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탄소섬유를 미국에 주로 수출했지만 앞으로 2공장이 완공되면 한국 시장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레이첨단소재가 주로 겨냥하는 시장은 산업용 탄소섬유다. 도레이첨단소재는 현재 구미공장에서 연 2,500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4월 2공장을 완공해 총 4,700톤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도레이첨단소재의 모기업인 일본 도레이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32%(생산량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 규모는 2,400톤 규모(약 500억원)로 이 중 대부분은 수입산 탄소섬유가 적용된 등산용 스틱 등 스포츠·레저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