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짝짓기 경쟁'

나스닥·NYSE등 美洲·유럽·亞 연결 박차세계 각국 증권거래소간 제휴 및 합병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전세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최근 각국 증시와 공동거래소 설립 및 제휴를 다각화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향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NYSE는 나스닥이 몇년전부터 유럽, 일본, 홍콩에 지사를 세울 때까지만 해도 해외진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나스닥이 런던 및 프랑크푸르트 증시합병으로 탄생하는 「IX」와 공동으로 거래소를 만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NYSE의 리처드 그라소 회장은 지난 9일 유럽, 캐나다, 남미 지역의 증권거래소들과 제휴 및 협력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증시관계자들은 그의 발언을 나스닥과의 직접 경쟁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주식거래량에서 NYSE를 제친 나스닥의 확장기세에 보수적인 NYSE 경영진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각적인 짝짓기=증권거래소간 제휴는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3대 대륙을 연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거래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NYSE는 최근 파리·암스테르담·브뤼셀증시 주도로 올해말 출범하는 유로넥스트와의 제휴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나스닥과 IX측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공동 거래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한지 불과 며칠만에 나온 것으로 양측의 견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라소 NYSE 회장은 9일 발표에서 토론토, 멕시코시티, 산티아고증시와의 제휴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에노스 아이레스 및 사웅 파울로 증시와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나스닥에 뒤졌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다. 나스닥측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나스닥은 지난달 26일 퀘벡주정부와 나스닥 캐나다 설립에 합의, 북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나스닥측은 NYSE와의 제휴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토론토증시에도 제휴를 제안하고 구애의 손길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적한 해결과제=나스닥과 NYSE가 세계 단일증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들도 많다. 현행 법률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기업이 SEC의 상장요건과 회계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해당기업 주식의 미국내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증시단일화만으론 남미, 아시아 지역처럼 미국과 규제조항이 상이한 곳의 기업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나라별로 증권사들의 거래시스템이 천차만별이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외국증시 투자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지역에만 등록된 외국기업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해당지역 증권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관행이 크게 달라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식회사로 전환을 선언한 나스닥과 달리 NYSE는 아직 회원제로 운영되는 합자회사여서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꺼리는 회원을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김호정기자GADGETY@SED.CO.KR 입력시간 2000/05/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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