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은어(隱語)를 보면 수법 알 수 있다

"큰손이 업계약서로 땅사서 칼질한 뒤 나카마 통해 맹지판다"

정부 합동단속반에 적발된 부동산 투기사범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기획 부동산'들의 은어(隱語)를 보면 이들의수법을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기획 부동산'을 하려면 일단 `큰 손', 다시 말해 수십억∼수백억원대 자금을운용할 수 있는 전주(錢主)가 있어야 한다. `큰 손'을 중심으로 급조된 기획 부동산은 막대한 자금으로 `부동산 재료'가 만들어질 만한 지역의 땅을 사들인다. 이 때 실거래가보다 높은 액수가 기재된 이른바 `업(up) 계약서'를 작성해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풀려진 차액에 대한 세금포탈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후 허위 개발정보를 유포해 투기지역 지가를 급등시킨 뒤 `나카마'(중개인)를동원해 토지 매수자를 끌어 모은다. `나까마'는 매수자들을 모아오는 대가로 기획부동산 업주에게서 매매대금의 15%정도를 받는다. 땅을 팔 때는 `칼 질'(쪼개팔기)하는 방법으로 지가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대규모 토지의 진입로 등에 토목공사를 하거나 주택ㆍ펜션 부지 조성공사 등을 형식적으로 하면서 토지를 200∼500평 정도로 나눠 매입가의 2∼3배 가격에 되파는 수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맹지(盲地)'를 사들이는 낭패를 종종 겪게된다. 주변에 접근도로가 없어 토지로서 이용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맹지'라고 하는데 토지 매수인들은 주로 서울ㆍ경기ㆍ부산 등 외지인들이어서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채 `묻지마 투기'에 가담하는 탓에 맹지를 비싼 값에 사들이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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