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많을수록 장바구니 물가가 싸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는 뜻으로 소비자 편익을 생각하면 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대형마트와 생필품 소비자가격간 상관관계: 서울시의 경우’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 25개 구를 대상으로 라면과 밀가루 같은 30개 생필품의 단위별 소비자가격을 평균낸 장바구니 물가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역 내에 대형마트가 5개 입점해 있는 중랑구와 강서구의 평균 장바구니 가격은 17만817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형마트가 없는 종로구·서대문구의 평균 장바구니 가격은 중랑구·강서구보다 4.3% 높은 17만8,082원으로 25개 구 가운데 가장 비쌌다.
또 2011년부터 2014년 기간에 장바구니 가격 평균은 대형마트가 없는 종로구와 서대문구가 전체 25개 구 가운데 각각 두 번째, 다섯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가장 많은 강서구는 동대문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장바구니 가격이 낮았다.
특히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의 입점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생필품 가격 수준도 낮아졌다. 대형마트 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생필품 품목 30개 중 밀가루와 설탕, 스낵 등 28개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대형마트간 치열한 가격경쟁이 다른 소매업체들의 가격인하를 유도해 해당 지역의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가격조사 대상인 33개 생필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한경연은 33개 품목 가운데 가장 싼 곳을 뽑아봐도 3대 대형마트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3대 대형마트가 전체 생필품의 49%인 16개 품목을 일반 마트나 백화점, 대기업 계열 슈퍼보다 쌌다. 3대 대형마트에 이어 일반 슈퍼마켓이 9개 품목(27%)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고 비(非)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타 대형마트는 5개 품목(15%), SSM 2개 품목(6%), 백화점 1개 품목(3%) 순이었다.
다만, 이번 조사는 구별 땅값이나 소득수준, 인구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별도의 영향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회상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대형마트 유무가 지역 생필품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대형마트가 경쟁업체의 가격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