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처음 불거진 한.일 꽁치분쟁이 3개월반이 넘도록 해결은 커녕 점점 꼬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일 어업협정 합의사항을 무시한채 산리쿠(三陸)수역에 대한 조업허가장을 내주지 않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러시아 남쿠릴열도(북방4도)에 대한 제3국 조업금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산리쿠 수역에 대한 조업허가장을 끝까지 내주지 않을 경우 이달 15일께로 예정된 우리 어선들의 조업시작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는 내년도 입어협상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아직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러.일 양국의 남쿠릴열도 제3국 조업금지 합의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리나라는 국내 전체 꽁치수급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남쿠릴 꽁치어장을 잃게 돼 큰 타격이 예상된다.
세계 최대 꽁치어장인 산리쿠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의 꽁치분쟁 및 피해상황, 정부의 대책 등을 짚어본다.
▲산리쿠 조업문제
남쿠릴열도에서 조업중인 우리 꽁치봉수망 어선 26척은 1차조업 마감시한인 지난달 28일까지 전체 어획할당량 1만5천t의 92.7%인 1만3천900t의 꽁치를 잡은 뒤 현재 남쿠릴열도 외곽 공해상에 대기 중이다.
이들 어선 가운데 7척은 8일부터 남쿠릴열도에 다시 들어가 나머지 1천100t의 꽁치를 추가로 잡을 예정이며, 다른 어선들은 오는 15일께부터 남쿠릴열도 남쪽 산리쿠수역 또는 공해상에서 조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리쿠수역의 경우 일본이 `조업허가장 발급불가' 방침을 계속 고수하고 있어 이 곳에서의 꽁치조업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 합의사항에 의거, 지난 8월20일까지 조업허가장을 발급했어야 하지만 우리 어선의 남쿠릴열도 조업을 문제삼아 조업허가장 발급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우리 어선들이 산리쿠에서 조업을 하지 못할 경우 이는 현재 진행중인 내년도 입어협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일 어업협정 발효 3년후인 내년 초부터는 `등량.등척'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올해 조업실적이 부진할 경우 그만큼 상대측 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어획물량이 줄어들면 대일 어업의존도가 높은 우리측이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현재 산리쿠수역에 대한 조업불허 조치가 한.일 어업협정 합의사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쪽 수역에서의 조업불허 등 강경 대응은 자제한채 조업허가장 발급만 거듭 촉구하고 있다.
▲남쿠릴열도 조업문제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최근 "러시아와 일본이 9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양국차관급 회의에서 내년부터 제3국의 남쿠릴열도 조업을 금지하는 대신 러시아가 입게될 수억엔 규모의 손실을 일본이 직접 보상해 주는 방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우리 정부는 "남쿠릴열도에 대한 제3국 조업금지 방안에 관한 합의가 전혀 이뤄진 바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이같이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우선 8일중으로 러시아의 입장을 파악한 뒤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러시아와 일본을 제외한 제3국의 남쿠릴열도 조업이 내년부터 금지되면 우리나라는 당장 꽁치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남쿠릴열도에서 잡히는 꽁치가 우리나라 전체 꽁치 수급량(약 4만5천t)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남쿠릴열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일본이 산리쿠수역 조업을 대폭 제한한 지난 99년부터로, 우리 어선들은 99년과 지난해 각각 1만2천764t, 1만4천440t의 꽁치를 잡았다. 올해는 현재까지 1만3천900t의 꽁치를 어획했다.
남쿠릴열도 조업이 금지될 경우 대안으로 일본내의 다른 대체어장을 확보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으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관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즉 남쿠릴열도의 대체어장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산리쿠수역을 꼽을 수 있으나 이 수역에 대한 기존의 조업행위마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본이 우리나라 어선에 조업구역을 추가로 확대해 줄리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남쿠릴수역에 대한 완전한 제3국 조업금지 방안이 합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 각종 대책을 마련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