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지난 14일 디트로이트 GM공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연설에 앞서 모자를 벗어 근로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디트로이트=왕태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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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 GM오리온 공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먼저 도착한 후 보낸 마린1호(백안관 대통령 전용 헬기)로 공장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 야구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모자를 쓰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공장에 들어섰다. 나란히 소매를 걷은 두 정상은 오늘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생산라인을 돌아보고 준비된 연단에 올라섰다.
멈춰선 공장의 생산라인 한 가운데 마련된 연단에는 대통령의 뒤쪽에 50여명의 근로자와 전미자동차노조원들이 자리했고 객석에는 밥 킹(로버트 킹) 전미자동차노조위원장(UAW)과 론 커크 USTR대표,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 등과 초청된 지역인사들 30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마치 미 대선 캠페인을 보는 듯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상ㆍ하원 통과에다 다원적 동맹이라는 성과를 안고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이 대통령은 시종 여유 있고 차분하게 FTA의 당위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근로자들에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과 나의 똑같은 고민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한미 FTA는 여러분의 일자리를 지키고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약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계산은 달랐다. 내년 재선에 핵심 지역인 디트로이트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를 반대했던 자동차업계 근로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파는 만큼 그들도 우리 상품을 산다"고 말하며 구체적으로 미국에서 만든 포드ㆍGM 등의 차를 살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 간 자동차 수출입이 불균형이라는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를 균형무역이라고 강조한 것은 그동안 미국 내에서 한미 간 자동차 수출 불균형을 지적해온 반대파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GM 연설을 두고 AFP는 "이 대통령이 GM공장에서 오바마의 선거전(Stumps)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의 지역 신문은 오바마가 "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미국 경쟁력의 원동력을 소비가 아닌 생산으로 옮기며 수출국가를 강조했다. 세계의 소비시장에서 세계의 첨단 공장으로 바꿔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미국은 소비국가로 알려졌다. 이런 것들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 고효율의 자동차 등을 생산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시카고 동포 간담회에서 "이번에 워싱턴에서 반대하는 의원이 있어도 한국 대통령이 와 있는 기간에 FTA를 통과시키자고 해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단숨에 빨리 될지 몰랐는데 백악관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은 문제 있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것 같지만 위대하다"면서 "대한민국은 역경 속에서 잠시 멈출 수 있지만 후퇴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