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태양광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뜨고 있지만 불과 4~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뜬구름 잡는 사업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유럽 등 선진국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서며 시장을 장악해나갔지만 한국 기업들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2005년 연매출 수백억원에 머무르는 한 중소기업이 2005년도에 태양전지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주변에서 콧방귀를 뀌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무모한 도전에 나섰던 미리넷솔라의 이상철(53ㆍ사진) 회장이 올해 해외에서 일군태양전지의 매출만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가 넘는다. 시장 진출 5년 만에 이룬 쾌거로 그야말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5년 출범한 태양전지 전문기업 미리넷솔라는 올해 생산량이 100MW로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이 전체 생산의 80%를 넘어선 공로를 인정 받아 이 회장은 최근 '올해의 무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이 '진짜 태양전지에서 전기가 나오는 것이냐'고 반신반의하면서 물었을 정도였다"며 "사람들에게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심지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회장은 정보통신 부품업체인 미리넷을 경영하면서 통신업체에 장비를 납품하는 작은 기업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의 전문가도 아닌 그가 하루 아침에 태양전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니 주변에선 대동강 물을 퍼다 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수군거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이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기업의 현금상황이 악화됐지만 뚝심 하나만 믿고 설비투자를 감행,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에 안은 것이다. 이 회장은 "친한 선후배들이 말렸지만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 동안 생산설비에 1,500억원 그리고 연구개발비에 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그 결과 현재 세계 최고 기술의 태양전지를 연간 100MW를 생산해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산업은 반도체와 같이 첨단 시설에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탓에 중소기업이 쉽게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전 재산을 털어 넣고 투자자까지 모집해 대구 성서공단에 부지 3만6,000m²의 첨단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수출 물량이 쇄도해 전 직원이 24시간 3교대로 쉬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그는 "유럽 등 해외에서 주문이 끝이지 않아 대구 1공장 옆에 대지 3만7,000m²의 제2공장을 오는 2012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며 "1, 2공장을 발판으로 오는 2013년에는 연간 1GW 생산에 매출 1조7,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에 따른 고용창출도 2,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회장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성장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 그는 "세계 시장을 보면 2014년까지 태양전지 시장은 100GW, 약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도 그 동안 유럽이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아시아ㆍ북미 시장으로 수요의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기 위해 2015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혀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미국 등 북미지역에 대한 미리넷솔라의 투자도 경쟁 업체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 미리넷솔라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태양광 모듈 제조를 위해 미국 현지법인인 'N솔라'를 설립하고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미리넷솔라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으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면담하며 향후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국내 태양광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낙후된 금융지원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분야에 처음 뛰어들다 보면 많은 투자비가 들어가는데 국내 금융기관들은 '담보'나 '신용보증' 등을 요구하면서 재무실적만 평가하려 한다"며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들이 자금지원을 할 때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려는 선진국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