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신차 세제혜택 방침에 따라 가뜩이나 얼어붙은 중고차 시장이 할부금융사들의 폭리에 가까운 고금리 영향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장안평 중고차 시장에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고차들이 전시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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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인 J씨(39)는 4,000만원 안팎의 수입 중고차를 고르다가 국산 신차로 방향을 바꿨다. 선수금으로 2,000만원을 내고 나머지 2,000만원을 할부금융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중고차 할부금리가 무려 20%를 웃도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J씨는 "내 직업과 수입이 다르지 않은데 어떻게 신차 할부금리와 중고차 할부금리 차이가 이렇게 엄청날 수 있냐"며 "할부금융사들의 중고차 할부금리 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할부금융사들의 터무니 없는 중고차 할부금융 금리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의 신차 세제 혜택 발표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중고차 시장이 폭리에 가까운 할부금리로 더욱 경색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 할부금리는 16%에서 최고 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신차 할부금리 9%선의 2~3배 수준이다. 중고차를 살 때도 10%대 초반의 할부금리가 적용되는 고개들이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중고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 할부금리는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다"며 "중고차 구입고객 중 60%가 할부를 이용하는데 금리가 이렇게 높아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J씨처럼 4,000만원선의 차량을 살 때 2,000만원을 선수금으로 내고 나머지 2,000만원은 할부금융(36개월)을 이용한다면 신차와 중고차 간의 3년간 금융비용만 500만원 가까이 나게 된다.
이에 대해 할부금융사들은 중고차 구입 고객의 경우 연체율이 높아 이를 감안한 대손비용이 할부금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신차와 중고차 구입 고객은 물론 같은 신차라도 브랜드에 따라서도 구입 고객들의 연체율에 차이가 있다"며 "중고차 할부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고차 업체들은 할부금융사들의 이 같은 논리가 케케묵은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과거처럼 200만~300만원짜리 헐값의 차량들이 주로 거래되는 중고차 시장이라면 이용 고객의 신용도가 낮아 높은 금리를 물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천만원대의 차량이 거래되는 요즘에도 두 세배에 달하는 금리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업체의 한 딜러는 "같은 고객이 신차를 살 때와 중고차를 살 때 적용되는 할부금리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면 누가 중고차를 사려 들겠냐"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부의 신차 지원 방안으로 중고차 시장이 얼어 붙자 중고차 업체들은 할부금융사들의 중고차 할부금리가 재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계열의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우선 할부금융사들의 주장대로 중고차 구입 고객들의 연체율이 실제 높은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특정 고객이 신차를 살 때 적용되는 할부금리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