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법원이 적극 중재… 전면중단사태는 거의 없어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항공조종사들의 파업이 거의 일상화할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경우 여론의 비판 등으로 길게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파업에 대비하는 나름대로의 룰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해도 3분의 1정도만 운행이 중단돼 전면 파업은 드물고 미국은 파업이 나면 대통령이나 법원이 직접 개입에 나서 중재를 한다.
파업으로 유명한 항공사로는 단연 '에어 프랑스'가 꼽힌다. 이 항공사 조종사들은 최근 10년동안 해마다 파업을 벌이고 있을 정도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0일간 파업을 벌여 개막을 몇 시간을 앞두고 극적 타결을 보았다. 당시 에어 프랑스측은 약 10억프랑(2,300여억원)이란 엄청난 피해를 봤다. 하지만 이 경우도 공항이 전면 마비되는 일은 없었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조종사의 3분의 1정도만이 노조원이기 때문에 운항이 중단되는 노선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나 법원이 직접 개입한다. 지난 81년 8월에는 미 연방항공청 소속 관제사 1만6,000명 가운데 1만1,666명이 일주일간 파업을 벌이자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업무복귀 경고를 무시한 관제사 1만1,266명을 파면시켜 사태를 수습했다.
98년 8월말 노스웨스트항공 파업때는 회사측이 2만7,500여명에 대한 임시 해고조치를 하는 등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중서부의 하늘이 마비됐다'며 노사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사태가 해결됐다.
97년2월14일에는 아메리칸 항공(AA) 조종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하자 클린턴 대통령이 선언 4분 뒤 '60일간의 냉각기간을 가져라'고 명령해 타협을 이뤘다.
99년 2월에는 아메리칸 항공(AA)조종사 노조(APA)는 회사측이 소규모 항공사인 '르노 에어'를 인수하면서 임금을 낮게 책정하려하자 1주일 파업을 강행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법원이 파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제소를 받은 끝에 파업을 철회했다.
노조가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98년 4월 전일본항공(全日空ㆍANA)조종사들이 임금체계 개편에 반발, 15일간 파업을 벌이다 황금 휴가철을 맞아 파업을 일시 중단 한 뒤 사측과 협상으로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처럼 항공파업이 일상화되다시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파리에서도 에어 프랑스의 파업으로 100여편의 비행기가 결항됐지만 파리공항은 욕설을 퍼붓고 항공사 직원과 싸우는 승객은 없었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 10월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불편이 빚어지자 화난 승객들이 항공사측에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연출돼 프랑스와는 대조를 이뤘다.
오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