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와 해외 수출물량을 합쳐 무려 2만대나 주문이 밀려 있는데 노조는 대화창구마저 닫아버려 답답할 뿐입니다."
봉고트럭을 생산하는 기아자동차 광주3공장 증산협의가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노조가 일방적으로 협의종료를 선언하면서 '서민경제의 발'로 불리는 봉고트럭 증산은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차량주문 뒤 출고를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의 계약 해지율이 30%에 이르면서 기아차의 대내외 신인도 하락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23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지난 1년8개월 동안 진행해온 기아차 광주3공장 증산협의는 15일 3공장 조립부서 대의원들이 증산협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3공장 봉고트럭 증산 문제는 노동조합 대표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측과 3공장 부서협의로 진행돼왔다.
사측은 그동안 3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현재의 23.1대에서 25.1대로 늘리는 문제를 놓고 협의를 계속해왔다. 이는 2009년부터 봉고트럭 주문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2004년부터 광주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 봉고트럭은 연간 생산량이 6만~7만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급속히 늘면서 덩달아 봉고트럭 수요도 급증했다.
2010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주문량은 꾸준한 상태다. 이로 인해 3공장은 2년 넘게 주말마다 풀 특근을 실시했지만 주문량을 맞추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주문량 대기가 불가능해지자 사측은 증산계획을 세우게 됐다.
7월 현재 봉고트럭 주문적체 물량은 2만대에 이른다. 이 중 내수가 9,000대며 수출물량은 1만1,000대다. 해외 물량은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ㆍ아프리카로 수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측은 2년여 동안 노조와 100여 차례가 넘는 협의를 통해 증산의 필요성을 설득해왔지만 노조는 결국 협상종료를 선언해버렸다.
봉고트럭 생산량은 2009년 7만5,749대에서 2012년 9만6,432대까지 늘어났지만 노조 측은 "철저한 증산물량 검증이 먼저"라며 생산량을 늘리려면 인력을 더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문이 계속 적체되는 상황에서 노조와의 증산협의마저 무위로 끝나면서 기아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결국 주문량을 맞추려면 생산설비를 증설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당장 1,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해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이다.
더욱이 출고를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이 줄줄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봉고트럭 계약 해지율은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나 농업종사자 등으로 차량이 곧 생계와 직결되는 서민층이지만 노조의 떼쓰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봉고트럭은 '서민의 발' 역할을 하며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있고 중고차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생산적체가 지속되면서 구입이 어려워지자 기아차를 비난하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애써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마저 추락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광주공장 관계자는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차원에서 봉고트럭 증산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