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은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음을 예고했다. 특히 경상수지ㆍ물가 등 일부 지표는 두 달 전 민간연구소들의 예측보다 더 비관적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경기악화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게 큰 걱정이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하반기 경제는 실물경기의 급격한 위축과 체감경기 급랭으로 요약된다. 성장은 상반기 5.4%에서 하반기 3.9%로 뚝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다. 5%대의 높은 물가와 국제수지ㆍ고용ㆍ소비ㆍ투자 등도 모두 악화일로에 있다.
경상수지는 당초 전망치보다 3배나 불어난 90억달러 적자가 예상되지만 고유가가 잡히지 않는 한 얼마나 더 악화될지 예측불허다. 이미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만도 57억달러에 달했다.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4.3%, 하반기 5.2%로 연간 4.8%로 전망했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그쳐준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산 버블 붕괴와 고금리에 따른 가계와 금융 부실이 야기되고 소비감소ㆍ재고증가로 고용은 둔화된다. 경제가 총체적 난기류에 휩싸이는 것이다.
정부는 오늘 하반기 경제운용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물가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성장동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물가안정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스럽지만 경제활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쇠고기 파동으로 두 달째 공백상태에 빠진 국정을 하루 빨리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다. 국회도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 경제난 극복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기업들도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요구된다. 지금의 위기는 비단 우리만 겪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술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선다면 글로벌 강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노동계도 임금인상 자제 등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고물가가 고임금으로 이어져 고비용 구조가 고착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