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까지만해도 유고를 상대로 유럽과 한편이 됐던 미국이 총부리를 돌려, 유럽에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감행했다. 「혈맹 관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미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재발하는 무역전쟁= 미국은 19일 성장 호르몬이 투여된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에 대한 보복조치로 유럽산 농산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키로 하고 그 대상 품목을 발표했다.
이번 보복조치는 앞서 지난 4월 EU의 바나나 수입금지 정책에 대해 미국이 1억9,140천만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올들어 두번째로 총 보복규모는 3억달러에 이른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오는 7월29일부터 발효될 것이며 이로 인한 EU의 피해 규모는 1억1,680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대상 품목은 쇠고기, 되지고기, 햄, 로크포르 치즈, 양파, 버섯, 거위간, 빵류, 과일 쥬스등이며 독일을 겨냥해 얀사(絲)도 추가됐다.
EU측은 이에 대해 즉각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맞대응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EU의 프란츠 피슬러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EU가 미국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하려 했던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복조치를 강행한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으나 확전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케케묵은 논쟁, 그리고 WTO의 권위 실추=양측간 수입 쇠고기 논쟁은 올해초부터 본격적인 논쟁거리로 비화했다.
십여년가까이 양측은 성장호르몬을 먹인 쇠고기가 인체에 유해한 지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섰던 상황이 돌변, 올해초 미국이 연간 9억달러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보복을 위한 예비리스트 품목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는 지난주 EU측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미국측에 1억1,680만달러, 캐나다측에 70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려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욱이 성장 호르몬을 투입한 쇠고기가 암이나 남성 생식기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던 EU측은 이같은 판정에도 수입제한조치를 폐지하지 않고 대신 미국 농민에 대한 보상계획을 마련하는 등 WTO의 권위에 도전하고 나섰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가 주 공격 목표= 미국은 EU 15개 회원국 전원에 대한 무차별 공격 대신 선별적인 공격 전략을 택했다.
우선 EU의 수입금지조치에 유일하게 반대했던 영국은 공습에서 완전 제외됐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피터 셔 부대표 겸 농업부문 특별협상자는 『호르몬 쇠고기 수입을 가장 강력히 반대했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에 대한 피해를 최대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복 리스트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실제 보복관세 부과는 독일과 프랑스산이 전체의 24%인 2,800만달러, 이탈리아산이 21%인 2,450만달러, 그리고 덴마크산이 15% 씩 이들 4개국이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한편 EU 농업장관들은 미국의 보복조치가 발표되자마자 오랫동안 검토했던 육류기준협정인 「가축 균일화」협정을 승인해 결국「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미국측의 위협에 정면대응은 피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