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계는 재벌체제 이후를 대비하고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건의를 한 것이다.◇대기업들의 현실인식=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지주회사 규제의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대·삼성 등 5대 그룹을 포함,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진 11개 그룹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주회사 설립계획에 대해 8개 그룹이 「요건이 완화되면 검토하겠다」, 1개 그룹이 「2~3년내 설립을 추진하겠다」, 2개 그룹이 「설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각각 답했다. 또 합병, 분할의 대체수단으로 지주회사를 활용하지 못해 구조조정이 지체되고(8개 그룹) 지주회사를 선호하는 외국기업을 충족시키지 못해 외자유치가 곤란하며(7개 그룹) 기조실의 전략기획 등 순기능을 활용하기 어렵다(6개그룹)는 등 지주회사 설립지연에 따른 부작용을 제시했다.
많은 대기업이 지주회사 설립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방안= 전경련은 부채비율 100%내 감축, 채무보증 완전해소 등 때문에 대기업들이 당장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지주회사 제도와 마찬가지로 부채비율 감축요건을 아예 없애거나 꼭 필요하다면 200% 이내 등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채무보증은 30대그룹의 경우 어차피 내년 3월까지 해소하도록 돼있는 만큼 당장 채무보증을 해소하라는 식의 무리한 규제는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자회사 지분을 50%이상, 상장사인 경우 30%이상 갖고있어야한다는 규제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30대그룹의 대주주가 갖고있는 계열사지분이 지난 4월 기준으로 7.9%에 불과, 추가로 주식을 취득하는데 엄청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은 지주회사를 금융업과 비금융업으로 나눠 사업영역을 제한하고 있는데 최소한 지주회사내 금융자회사 설립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은행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소유하는 경우만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제(稅制) 개선=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문제로 지적했다. 자회사의 수익을 지주회사가 배당으로 받는 경우 자회사와 지주회사가 모두 법인세를 내야한다. 같은 소득에 대해 두번 세금을 낸다는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전경련이 제시한 해결방법은 바로 연결납세제도 도입. 자회사의 손익을 지주회사가 모두 합산해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전경련은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돼있으며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 연결납세제도 도입을 위한 여건이 성숙해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제당국은 아직 연결납세제도를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일조차 없어 재계의 건의가 현실화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
또 자회사에 대한 현물출자때 내는 특별부가세, 법인세, 등록·취득세 등 각종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 연말까지 과세특례제도가 실시되고 있는데 이를 계속 연장해달라고 건의했다.
◇제도개선의 기대효과= 신종익(申鍾益)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지난해 2월 공정거래법에 출자총액한도가 폐지된 이후 계열사는 줄어든 대신 연관업종으로 출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주회사 요건이 완화되면 국내 대기업의 사업구조를 전문업종 위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주회사를 활용하면 합병을 하지않고도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므로 구조조정에 탄력이 붙게된다고 주장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