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 불참 의원 징계 검토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16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 과정에서 ‘해외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한 의원 4명에 대해 당내 윤리심판원 제소 등의 징계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원내대표단은 불참 의원들에게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이며, 제출받은 사유서를 토대로 당내 윤리심판원에 징계 검토를 요청하는 형태로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정치연합 원내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어제(16일) 이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서 출산한 지 5일밖에 안 된 장하나 의원과 시모상을 당한 진선미 의원 등도 표결에 참여하면서 전체 130명 중 125명이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며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해 강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 사유서를 바탕으로 징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내 대표단이 불참 의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우윤근 원내대표 이름으로 원내 의원들에게 전주 금요일(13일)에 본 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문자가 발송한 데다 원내 행정실이 주말에 의원실 관계자에게 일일이 전화로 의원총회와 본회의 참석 여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5명의 의원 중 김기식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의 보좌진은 원내행정실의 참석 여부 확인 요청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실제 의원들은 의원총회와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의원들의 허위 보고로 인해 지도부가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서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들 4명의 의원은 오히려 지도부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게 징계 검토의 사유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김기식 의원의 경우 네팔 오지에서 개인재산을 털어 하늘로 떠나 보낸 아들의 이름으로 학교 건립을 추진중이었고 기공식 일정이 잡혀 있어 출국 전에 이미 안규백 원내 수석과 본회의 표결 참석 여부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김영환, 이상직, 최동익, 최재성 의원 등은 원내 지도부에 사전 일정 조율은 물론 단체 문자 메시지에도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원내 대표단의 또 다른 의원은 “김기식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4명은 긴급한 현안을 앞두고 의원이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도 파악할 수 없게 당 지도부에 상당한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원내 대표단은 지금까지 이 같은 일이 종종 있었던 만큼 특별한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당내 중진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어 징계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원내 대표단은 당 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당이 단일 대오를 형성할 수 있었던 상황인데다 당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와중에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당내 상임고문단이 문재인 대표와 함께한 오찬에서 “당내 규율을 세워달라”고 요청한 점도 당내 징계 검토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징계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개정된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심판원이 담당하게 된다. 종전 당 윤리위원회가 윤리심판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윤리심판원은 자체 조사 기능과 지구당 감찰, 당 기강 확립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됐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징계는 당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의원직 유지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결정도 내릴 수 없다”며 “하지만 당내 징계라 할지라도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간에 다음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당내 강경 기류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7표 차이로 가까스로 통과된 가운데 표결 불참을 선언한 정의당 의원 5명과 이들 불참 의원 5명이 표결에 참여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본 회의에 불참한 의원들은 모두 사정이 다양해 실제 징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최동익 의원의 경우 미국 정부와 함께 진행하는 장애인 직업재활 시설 탐방 프로그램과 미팅 등이 잡혀 있어 조정이 어려웠고 최재성 의원은 표결 당일 라오스 교육부총리 등을 만나는 일정이 있어 귀국을 못했다. 애초 함께 참석할 예정이던 새정치연합 의원 3명은 표결 때문에 함께 가지 않았지만 일정을 주도한 최 의원까지 빠지기는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상직 의원은 미국에 체류하는 자녀를 보기 위해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편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김영환 의원도 뉴질랜드 동포 기업 방문과 강연 요청 등이 예정된 상태에서 출국일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