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

"中서 경쟁상대는 '글로벌 톱10' 기업"
추격 거센 中토종기업 몫은 과감히 양보
13억 중국인이 우리 고객…'나눔경영' 당연
가격경쟁력 높일수 있도록 유통 혁신도 역점


“중국에서 경쟁상대는 중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톱10’ 기업입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중국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 기업의 올림픽 경기장인 중국에서 이길 수 있다면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박 사장은 “중국에서의 사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지금 당장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지 않으면 설 땅이 없어질 것”이라며 “삼성은 중국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국민과 ‘악수’가 아닌 ‘포옹’을 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히고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진출 기업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중국에서도 사업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 진출 14년을 넘겼는데 삼성의 중국사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중국삼성은 현재 28개 생산법인, 30개 판매법인, 4개 연구소, 54개 지점 및 대표처 등 총 116개 거점에 5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253억달러를 달성하는 등 중국 내 최대 외자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업영역도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ㆍ서비스로 확대되면서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달성한 성과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중국 국민에게 사랑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중국에서 더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중국사업 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중국사장으로 취임 이후 지난 1년6개월 동안 느낀 중국 시장의 특징은 어떤지요. ▦정말 어려운 곳입니다. 예전에는 미국이 가장 가격이 싸고 까다로운 시장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중국이 그런 시장으로 변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기술 수준도 급속히 향상되는 등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매년 9%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내수도 연평균 12% 이상 성장하는 거대시장이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450개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것도 성장이 빠르고 시장이 크다는 매력 때문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국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변화에 대비한 중국삼성의 전략은 무엇인지요. ▦중국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최고의 기술확보, 고가 및 하이테크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중심으로 제품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모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현지 연구개발, 유통 및 마케팅 제고 등 경영 전반에서 현지화 경영을 가속화할 예정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삼성은 물론 모든 한국 기업들의 사업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전략이 첨단기술 분야로 특화되고 기술이전을 수반하는 투자를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으며 중국 기업은 물론 세계 일류기업들도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현지 상황에 적합한 현지경영체제를 서둘러 구축해야 합니다. 또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관련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나눔과 상생경영은 삼성의 경영이념입니다. 어떤 기업이든 협력회사를 배제하고 나만 잘 살겠다는 형태로 경영한다면 당장은 이익이 날지 모르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합니다. 중국 내 삼성의 협력회사는 4,600여개에 달합니다. 이 회사들이 잘돼야 삼성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술ㆍ노하우 공유, 리스크 공동관리 등을 통해 협력회사들이 품질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적극 도울 계획입니다. -중국 토종기업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분야의 추격이 거센지, 그에 대한 대응방법은 무엇인가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품구성도 고품질ㆍ고가제품 분야로 급속히 이동해 외자기업과 직접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미 컬러TV 분야는 로컬기업들이 장악했고 컴퓨터ㆍ휴대폰ㆍLCD 등에서의 추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는 차세대 네트워크,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TV 등 고기술 산업에 대한 진입도 가속화할 것입니다. 삼성은 토종기업들의 대응 차원이 아니라 제품전략상 이들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했습니다. 우선 로컬기업이 아닌 글로벌 톱10 기업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계속 유지하면서 로컬기업의 몫은 과감히 양보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출혈경쟁은 의미가 없습니다. -취임 이후 ‘중국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나눔경영’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앞으로 펼칠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고객이 없는 회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삼성의 고객은 13억 중국인이며 이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곧 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사업을 잘해서 그 성과를 중국 사회에 나누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중국삼성은 교육지원ㆍ사회복지ㆍ농촌지원ㆍ환경보호 등에 중점을 두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지원과 관련, 한국의 농촌사랑운동인 1사1촌운동을 중국에 접목시켜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신농촌 건설정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밖에 중국 국민들의 생활문화 향상을 위한 체육ㆍ문화ㆍ예술 분야에서의 공익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입니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사업구조조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중점을 둘 분야는 무엇인지요. ▦유통 부문에 대한 혁신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유통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유통업체에 계속 끌려다닌다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30대 주요 전략상권에 대한 유통투자와 양판점에 직접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질ㆍ생산성ㆍ비용ㆍ프로세스 등 각 분야에서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최근 중국지역전략회의에서 “앞으로 수업료는 절대 없다”고 강조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중국에 처음 올 때는 중국을 잘 알지 못해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진출 1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똑같은 실수를 한다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시장이 고급화되는 등 시장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기회손실이 크고 중국사업 자체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변화를 제대로 읽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국삼성의 중장기 비전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그 비전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의 걸림돌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타개해나갈 계획인지요. ▦중국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해 그룹 글로벌 경영의 중심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중국삼성의 목표이자 비전입니다. 또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해 중국에서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중장기 매출목표는 지금 밝힐 수 없지만 올해 매출은 310억달러가 될 것입니다. 물론 금융위기ㆍ노사문제 등 사회ㆍ경제적인 리스크,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 등 예기치 않은 복병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룹 역량 극대화로 사업 실행력을 높여 이 같은 문제점을 타개해나가겠습니다. [중국삼성의 사회공헌활동] 1사1촌 농촌지원…희망소학교 건립… '중국인에 다가서기' 적극 중국삼성이 ‘중국 국민에게 사랑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슬로건 아래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중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베푸는 차원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해 중국인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삼성의 사회공헌활동은 ▦농촌지원 ▦교육지원 ▦사회복지 ▦환경보호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1사1촌운동’을 중심으로 한 농촌지원활동이다. 중국의 가장 큰 사회적인 문제인 도농(都農)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중국 사회에 ‘나눔’의 중요성을 알리는 작은 불씨가 되며 농촌지원의 새로운 교본(敎本)으로 전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교육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45개의 희망소학교를 건립하고 농촌학생 장학금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밖에 개안수술을 지원하는 등 중국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광명공익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라는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근희 사장은 “사회공헌은 무엇보다 모든 임직원들이 진심으로 중국 국민에게 다가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박근희 사장은 中사업 깔끔 처리 '불도저' 조직인으로서의 ‘박근희 사장’과 자연인으로서의 ‘박근희’는 너무 다르다. 조직인으로서 박 사장은 원칙을 중요시하고 냉철하리 만큼 철두철미하다. 요령이나 적당수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이른바 ‘정도(正道)’다. 정도는 그의 철학이자 그가 추구하는 경영의 키워드다. 그가 중국사장 취임일성으로 “중국 법을 지키고 부정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도 원칙을 존중하는 그의 철학과 맞물려 있다. 바른 생활의 잣대도 자신보다는 조직이 우선이다.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자신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가 중국사장 부임 이후 조직활성화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연인으로서의 박근희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하고 정이 넘친다.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넓은 가슴을 가지고 있다. 그는 솔직하고 의리와 신뢰를 중시한다. 그래서 좋게 맺은 인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하직원도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맡긴다. 열정적이고 항상 자신감으로 넘치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는 적극적인 사고와 강한 추진력으로 주요 현안을 말끔하게 처리한다. 그의 자신감은 그가 자라온 환경과 맞닿아 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운영, 경영진단 업무를 하며 배운 일에 대한 자신감이 그의 능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작은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누구나 어렵다고 하는 중국사업을 자신감 넘치게 처리한다. ◇약력 ▦53년 충북 청원 출생 ▦76년 청주대 상학과 ▦87~94년 삼성그룹 비서실 운영ㆍ재무팀 근무 ▦95년 삼성SDI 경영기획실장(이사) ▦97년 비서실 경영진단팀 담당 임원 ▦2001년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전무) ▦2003년 부사장 승진 ▦2004년 1월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2004년 3월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2005년 1월 삼성중국본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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