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우리말 '엉터리영어' 오염 심각

아마도 「OUTLET」이라는 영어단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라고 짐작은 갔지만 어처구니 없는 표기방법이었다. 문제는 그 발음의 표기에 있다. 영어는 한국어와는 달리 자음접변 현상이 거의 일어 나지 않는다. 지금 이 단어도 「T」와 「L」을 분명히 따로 따로 발음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여서 한국사람에게는 무척 발음하기가 어려운 단어이다.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한국사람에게는 결코 흉이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발음하기가 어렵다고 마음대로 「아울렛」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까? 더욱이 「직매장」이라는 적절한 한국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사람도 한국사람도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을 한글로 적어 놓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가 안간다.서울 체재중 이와 비슷한 오류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가 있어서 더욱 놀랐다. 「로스쿨」「스토커」「빅딜」「벤처」「식스맨」등 미국사람을 앉혀 놓고 천번을 읽어주어도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을 「한국식 표기」의 영어와 「한국식 조제」영어가 통용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인들의 대화는 보다 더 한심스러웠다. 직업상 많이 만나게 되었던 의사들은 그중에서도 제일 철저히 오염되어 있었다. 「안티」 「씨.에이」「프레그」「페이 닥터」등 영어권 의사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영어도 아닌, 자신들이 창작해낸 영어를 한국의사들은 일상회화에서 쓰고 있었다. 캐나다로 돌아온후 중국인 친구를 만났다. 「컴퓨터」「비디오」「라디오」「텔레비전」등의 영어단어들을 그들은 중국어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물어 보았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런 모든 단어를 중국어로 번역하여 쓰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電腦」, 비디오는 「影視」등으로 말이다. 약간 놀란 표정을 하는 나에게 중국인 친구는 웃으면서 말했다. 「세계에서 자기 글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중 한국과 일본만이 영어를 소리나는대로 표기하여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데 이건 아주 한심한 현상이 아닐까?」 한국체재중 혹 실수로 영어단어가 튀어나올까봐서 조심조심 이야기를 하던 나는 영어를 섞어서 말하지 않는 사람은 나 혼자 뿐임을 종종 깨닫고는 어이없어하곤 하였다. 오는 9일은 한글날이다. 올해 한글날은 단 하루일지언정 전국민이 영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고 지내는 날로 정하고 시도해 보았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洪性化(캐나다 뱅쿠버거주 치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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