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원을 따지는 것은 모호하고도 편향적인 작업이 되기 쉽다. 단지 몇몇 세력가와 학자가 모여 학생들에 교육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이 최초의 대학으로 인정받는 것은 황제가 학생만의 특권을 인정했기 때문. 115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프리드리히 1세는 대학에 교수·주교 앞에서만 재판받는 사법적 보호막을 보장했다. 볼로냐대학은 여기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 1088년, 로마법의 권위자 이르네리우스가 정식으로 법학부를 연 시점을 설립연도로 추정해 1,000년 전통을 만들어냈다.
공부라는 '단일한(uni)' 목적을 '향해(versus)' 모인 공동체인 대학(universitas)은 교육과 운영에 있어 국가나 종교의 개입이 없는 자율적인 조직을 지향한다. 현실적으로는 썩 자유롭지 못했어도 학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고민하고, 동시대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을 내려놓지 않으려 애썼다.
물론 볼로냐대학은 교회법전 연구의 중심지였고 다른 유럽 대학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대의 대학은 종교 밖에서 존재하지 못했다. 종교개혁 전후로는 루터와 칼뱅이 각각 마르부르크대학·제네바대학을 설립해 개신교의 지적 선봉장을 양성했고, 가톨릭도 질세라 유럽 곳곳에 대학을 설립해갔다. 17세기 이후로는 대학이 국가로 넘어간다. 학문은 국가에 유용한 지식을 제공하고, 국가는 이러한 학문 육성을 위해 투자한다는 베이컨식 논리가 자리 잡았다. 프랑스대혁명 이후 설립돼 국방·공공분야에서 국가적인 엘리트의 요람이 된 프랑스의 과학기술 고등교육기관인 에콜폴리테크니크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19~20세기를 거치며 대학은 혁명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간다. 학생 자치권과 학문의 자유를 넘어 자유와 평등, 정치혁명과 사회 개혁을 외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저 유명한 1968년 프랑스 파리 '68혁명' 이후로 대학과 자유·저항이 한 짝을 이뤘다. 그리고 이제는 유럽 통합에 발맞춰가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고민은 계속된다. 홍용진 고려대 교수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다. "과연 대학과 국가는 어떠한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가? 국가가 세운 대학은 국가적 목적에 봉사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의 개입 없는 순수한 학문의 자유가 오히려 궁극적으로 국민의 번영과 나아가 국가의 성장을 추동하는가? … 과연 대학은 순수하게 학문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가? "(p25)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