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조합-시공사 한발씩 양보 손해 분담을

■ 추가분담금 갈등 해법은
일방적 설계변경·소송 등 대부분 사업 지연서 비롯
공공관리제·신탁회사 활용… 절차적 투명성 확보도 절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제로섬(zero-sum) 게임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기라면 일반분양가를 높여 시공사와 조합 모두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불경기일 때는 오히려 일반분양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결국 조합과 시공사가 손해를 보전할 방법은 서로 상대방의 지갑을 열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추가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공사와 조합이 모두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추가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이를 해소한 사례를 보면 결국 답은 조합과 시공사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는 것이었다.

S사가 시공한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 아파트는 초기 분양 당시 발생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공사가 조합 측에 미분양 판촉비가 포함된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양측이 극심한 갈등을 겪었었다. 시공사가 요구한 증액분이 300억원이 넘다 보니 조합 측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개월간의 진통 끝에 결국 조합이 242억원, 시공사가 126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를 했다. 추가로 낸 돈으로 미분양에 대한 금융지원과 발코니 무료확장 등이 가능해지면서 문제가 됐던 미분양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까지 미분양이 계속 남아 있게 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조합과 시공사 모두 양보를 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시공사와 조합 간의 양보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불거지는 추가분담금 관련 갈등은 대부분 시공사의 일방적 설계변경과 공사비 인상 시도, 조합 간부의 전횡과 비리, 이에 따른 소송 등 사업 지연과 관련이 깊다. 이 때문에 제3자의 입장에서 사업을 관리·감독하고 끌어갈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도입 후 추진 실적은 미미하지만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공공관리자제도를 업계 현실에 맞게 적절히 보완해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최근 분양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동산신탁회사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될 수 있다면 사업 지연에 따른 리스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신탁사가 맡는다고 해서 추가분담금이 크게 감소되기는 어렵다. 추가분담금은 결국 사업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 조합의 비리를 막고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공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면 추가분담금과 관련한 심각한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탁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도가 개선돼 참여할 수 있으면 적어도 절차적 투명성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