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혹' 수사 어디까지 가나
청와대 '사전인지' 정황, 이 의원 측근 금품혐의 체포…파장 확산
"왕영용씨 작년에 유전사업 靑에 보고"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지난해 8월31일 유전사업에 대해 청와대 측에 보고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날이 어디로까지 향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간 청와대는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에서 손을 뗄 즈음에 국정상황실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을 뿐 사업 추진과정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국정상황실이 작년 11월 초 정부기관의 정보보고를 통해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11월 중순까지 경위를 확인한 뒤 자체 종결처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가 사업을 한창 추진 중이던 지난해 8월31일 왕씨가 청와대에들어가 산업정책비서관실의 김모 행정관에게 유전사업에 대해 설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번 사업이 단순히 `철도공사의 오판'에 의해 불거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정황이 드러났다.
김 행정관을 통해 청와대가 왕씨의 보고를 통해 철도공사(당시 철도청)의 유전사업 추진사실을 파악했다면 그것은 이 사업이 혹시 청와대의 `안전판'이 확보된 가운데 추진됐다는 추론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철도공사가 직역과 무관한 유전사업에 뛰어든 사실을 청와대가 보고받고도 막지않았다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작년 9월 러시아 방문에 발맞춰 유전사업이 추진됐다는 그 간의 의혹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검찰은 9일 왕씨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김 행정관을 조사해 김씨가어느정도 선까지 보고받아 어떤 식으로 상부에 보고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김 행정관은 건교부 재직 시절 왕씨와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왕씨는지난 8월 말 불쑥 김 행정관에게 찾아와 철도청 사업 진행상황을 제목 정도만 간략히 읽고내려 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전개발 건만 갖고 왕씨와 김 행정관이 얘기한 게 아니라 수십개의 사업리스트를 갖고 김 행정관에게 제목만 읽어내려간 것으로 안다"며 "우리(청와대)에게 뭘 해달라고 한 것도 없다. 유전개발사업은 대통령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서는 한번도 의제로 다룬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전대월(구속) 하이앤드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측근 인사 지모씨를 전격 체포하면서 수사의 칼날은 이의원쪽으로도 미치는 형국이다.
그간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자신을 찾아온 전씨를 석유전문가 허문석씨에게 연결해준 일이 있을 뿐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왕씨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 의원 이름을 거론한 점 등에서 이 의원의 개입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의원측에 불법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전씨의 진술이 사실이고이 의원이 이를 알고 있었다면 이 의원이 전씨에게 일종의 `신세'를 지고 있었다는얘기가 돼 이 의원 관련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전씨가 지씨에게 돈을 건넸다는 시점이 사업 최초 제안자인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가 유전사업 아이템을 들고 전씨와 만나기 전인 지난해 4월께여서 전씨 진술이 사실이라도 유전사업 관련 대가성이 있는 돈으로 볼 수는 없는 상황.
그러나 전씨 진술이 사실이라면 전씨는 그 돈을 빌미로 이 의원에게 유전사업과관련해 힘을 써달라고 부탁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욱이 이 의원이 지씨를 통해 전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는 우선지씨의 금품수수 여부와 함께 이의원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씨가 유전사업이 진행되던 기간에 지씨와 접촉하면서 이 의원의 사업개입을 유도했는지를 조사?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주 청와대 개입여부, 이 의원측 불법자금수수 의혹과 동시에 철도공사 상층부에 이 의원과 청와대 등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긴급체포 상태인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과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광순 전철도공사 사장을 상대로 정치권 인사로부터 유전사업에 참여하라는 취지의 권유 내지 압력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입력시간 : 2005-05-09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