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밖 질문에 수험생 “진땀”/「자유분방」보다 「안정적」인재 선호/불황따라 소수정예 선발… “갈수록 어려워질 것”20일 하오 여의도 기아그룹 사옥.
1만1천명 가운데 서류전형을 통해 선발한 1천2백명을 대상으로 면접시험이 한창이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면접의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다는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토익점수가 9백점이 넘는 사람이 수두룩할 정도』(인사부 정완식 과장)로 우수한 인재가 많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면접이 아주 치밀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불황에 따라 소수정예선발을 추진, 「깐깐한 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것.
우선 시간이 길어졌다. 최소한 3시간은 기본이다. 전형과정이 적성·직무검사(1시간30분)1차 집단토론(20∼30분)2차 사장단면접(15∼20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과장은 『지난해 집단토론 시간은 15분, 사장단면접은 10분 정도에 불과했다』며 면접강화를 설명했다. 지난 19일 하오 7시께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인 서현주양(24)은 『12시 30분부터 면접을 실시했는데 아직도 전형이 끝나지 않아 저녁 먹으러 나간다』며 「깐깐한 면접」을 실감나게 전했다.
시간만 길어진게 아니라 면접관들의 질문내용도 아주 까다로워졌다. 20일 하오 면접을 마치고 나온 한 수험생은 『실무부장급 면접관과 8명의 수험생이 참여하는 집단토의 주제는 「안두희씨 피살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명예퇴직제와 총액임금동결에 대한 견해」에서 「삼성의 승용차사업진출 허용과 현대의 제철사업 불허방침에 대한 견해」「재벌그룹과 전문경영 그룹 중 택일하여 그 장점을 주장하라」는 것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면접을 끝냈거나 진행중인 그룹은 기아를 비롯 한화,롯데,금호,진로,동양,동부,코오롱,고합,해태 등이다. 삼성,현대,LG,대우 등은 다음달 중순 면접을 갖게된다.
까다로운 면접은 올해 이들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날 1차 계열사면접을 통과한 3백80명을 대상으로 잠실 호텔롯데월드에서 2차 그룹통합면접을 실시한 롯데도 임원급으로 구성된 10개조의 면접관이 수험생 1인당 15분씩의 집중적인 면접을 실시했다. 황두언롯데그룹 인사과장은 『예년에는 주 질문내용이 「지원동기」「열심히 할 자신있는가」등 단순·형식적이었으나 올해는 그 내용을 인성적인 측면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날 면접에는 「아버지가 주로 하시는 말씀은」「어머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돈, 권력, 명예 중 어느것을 선택하겠느냐」등 의외의 질문이 쏟아져 수험생들이 진땀을 흘렸다. 황과장은 『불경기시대에는 자유분방한 신세대적인 사고방식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젊은이를 뽑자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코오롱의 주력사인 코오롱상사는 올해 처음으로 1차면접에서 「Unknown면접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대학선배들인 과장급 중간간부가 학교후배인 신입사원응시생들을 모아 저녁 술자리를 하면서 면접을 하는 일종의 무자료면접. 선후배간의 자연스런 술자리를 통해 참인재를 선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으로 면접에 쏟는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면접관과 응시생들이 함께 등산을 가 레크리에션등을 가지면서 개인별·팀별평가를 하는 「등산면접제」(한국재보험)도 올해 처음 도입된 제도로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면접강화 현상은 다음달 본격적인 전형에 나서는 삼성, 현대, LG등에서도 공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그룹 종기실의 김인영 부장은 『면접의 질문내용과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문주용·정승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