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3차 고위급 회담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24만톤 규모의 대북 영양지원에 합의하면서 북핵 6자회담 재개라는 목표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외교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라는 집이 있다고 치면 첫 문을 반쯤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6자회담은 일단 재개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등에서는 이미 상반기 중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 당국자는 이번 합의가 "겸손한 첫 발자국"이라며 "차분하게 관련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영양지원을 받지 않고 미국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말만 듣고 6자회담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도 "2009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6자회담의 틀이 깨지기 전 단계로 복귀한 것"이라며 "비핵화 자체는 큰 진전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간 합의는 일단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외교적 성과가 필요했을 것이고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후 경제강국 선포를 위해 식량지원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의 문화교육 및 인적교류 합의가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평했다.
이 과정에서 '통미봉남'이 다시금 재연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 모두 발표문에서 정전협정 준수를 언급했는데 남측은 정전협정 체결의 주체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북한이 남측을 배제하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적극성은 이미 지난해 10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고위급 회담에서부터 엿볼 수 있었다"며 "당분간 북미 간 대화가 한반도 주변 정세를 이끌어가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북미 간 협상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가 향후 협상에서 얼마나 통하느냐가 중요 포인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