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시장에서 디벨로퍼의 역할과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회성 시행사 난립 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으나 디벨로퍼는 건설시장에서 새 개발기법과 건설금융 기법 등을 선보이며 건설산업 변화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이에 따라 디벨로퍼 육성 차원에서 `건설성장 엔진, 디벨로퍼` 시리즈를 기획, 국내 현황과 외국사례 등을 살펴봤다. 마지막회로 전문가들을 초빙, 국내 디벨로퍼 현황과 육성방안 등을 들어본다.
참석자
이재영 건설교통부 도시건축심의관
이 현 R2Korea 사장(도시계획학 박사)
정춘보 ㈜신영 대표이사
이병담 현종설계 대표이사(홍익대 건축과 겸임교수)
사회 : 신정섭 건설부동산부장
▲사회 = 건설산업이 단순시공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서 디벨로퍼의 위치는 어떻다고 보십니까.
▲정춘보 ㈜신영 사장 = 불과 2~3년 전만 해도 종합건설회사가 자금과 인력을 독식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자본이 발달했고, 이 과정에서 디벨로퍼가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현재는 디벨로퍼가 자리를 잡기위한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 디벨로퍼 분야 중 하나로 건설ㆍ시공이 위치해 있습니다. 국내는 건설ㆍ시공 분야의 하나로 디벨로퍼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재영 건교부 심의관 = 건설산업 육성을 위해선 현재의 업역 위주의 구조를 기능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디벨로퍼가 국내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기존 국내 건설 관행을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현 R2Korea 사장 = 건설산업 구조 변화의 두 축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기술적 측면과 건설금융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파이낸싱으로 대변되는 선진 금융기법이 도입됐고, 이는 디벨로퍼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습니다. 현재는 건설금융 기능에 의해 디벨로퍼가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병남 현종설계 사장 = 가격 규제, 관 주도의 개발 등은 개발산업 발전을 막는 요소입니다. 건설업체가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겁니다. 다행히 분양가 자율화 실시ㆍ프로젝프 파이낸싱 등이 도입되면서 개발과 자금이 결합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됐고, 디벨로퍼들이 이를 활용해 국내 건설시장에 새 개발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사회 = 부동산 호황을 타고 디벨로퍼 성격을 가진 시행사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이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을 일단 짚어보도록 하지요.
▲이 사장(R2Korea) = 긍정적인 측면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건설 산업발전에 기여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덧붙여 신상품 개발을 통한 신규 수요 창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역기능으로는 개발이익만 추구할 뿐 사회적 이익을 고려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 사장 = 실제 일회성 시행사들이 난립하면서 적잖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좀 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두 가지 역기능 때문에 디벨로퍼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00년 전에 디벨로퍼가 맨하튼 지역을 건설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선진 디벨로퍼 체계까지 올라가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심의관 = 역기능을 꼽는 다면 현재의 일회성 시행사들이 디벨로퍼의 신뢰도를 하락 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벨로퍼 분야는 전형적인 지식기반 산업입니다. 동시에 신뢰도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업계 스스로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선진 외국 건설산업에서 디벨로퍼와 국내 디벨로퍼와의 차이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 사장 = 먼저 국내 건설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력은 수준에 올라와 있으나 문제는 개발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 규제ㆍ지엽적인 개발 정책의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금융권의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 역시 디벨로퍼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요소입니다.
▲이 사장(R2Korea) = 국내 실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외국의 경우 디벨로퍼는 사실상 금융의 성격이 강합니다. 자산관리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직접 자산을 운용해 나가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디벨로퍼는 건설산업 뿐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 사장 = 외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이 현실입니다. 부동산을 산업으로 보고 발전시켜온 지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희 회사 뿐 아니라 다른 업체 역시 선진국 형태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디벨로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 국내 디벨로퍼 현황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디벨로퍼 육성을 위한 보완장치 일 텐데요. 이에 대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심의관 : 제도권으로 흡수할 지, 아니면 현재처럼 시장 자율기능에 맡길지에 대해선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시장 자율 기능에 맡기는 것이 현재로선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디벨로퍼를 육성한다고 새 제도를 만들 경우 자칫 잘못하면 옥상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자산운용법, 부동산투자회사법, 프로젝트 파이낸싱법`이 통과되면 국내 디벨로퍼 산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디벨로퍼 업체가 펀드를 조성, 개발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신뢰도를 구축하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건설 정책 역시 장기적으로는 기능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기 때문에 디벨로퍼의 역할 비중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사장 = 신뢰도 구축과 더불어 업체 스스로 종합기획력을 갖춰야 합니다. 앞으로 장기자금이 건설시장에 유입되면 개발방법도 다양화될 것입니다. 제대로 하지 않는 시행사는 결국 도퇴 될 수 밖에 없고, 분석ㆍ기획 능력을 갖춘 디벨로퍼가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정 사장 = 물론 업계도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본인 생각에는 업태를 세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건설업, 부동산업, 디벨로퍼업 등으로 업태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사장(R2Korea) = 각종 건축 규제를 더욱 세분화ㆍ투명화 하는 것도 디벨로퍼 육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주거지역이 6종류로 세분화ㆍ구체화 돼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 틀에서 디벨로퍼 업체들은 개발계획을 세우고, 이것에 대해 시장이 신뢰를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제도적 틀은 이렇게 갖추면서 민간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밀도지구라도 공공시설을 많이 넣으면 밀도를 높여주는 것 등이 한 예입니다.
<정리 = 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