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서면서 부동산 규제가 줄줄이 완화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주택투기지역 7곳을 처음으로 해제한 데 이어 조만간 주택거래신고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다른 규제도 부분 해제할 예정이다.
정부는 `10.29 부동산종합대책'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관련 제도를 탄력운영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부동산전문가들은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할 경우 부동산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도 있는 만큼시기와 범위 등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규제 줄줄이 완화 =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지역 등 부동산시장의 대표적인 규제 정책들이 이미 완화됐거나 완화될 예정이다.
22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20일 처음으로 부산 북구.
해운대구, 대구 서구.중구.수성구, 강원도 춘천시, 경남 양산시 등 7개 지역을 주택투기지역에서 전격 해제했다.
같은 날 건설교통부도 신행정수도와 크게 관련이 없으면서 땅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충북 음성.진천.옥천.보은군과 충남 금산군 등 5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주택투기지역 해제는 지난해 2월 지역지정 이후 처음으로 그동안 규제일변도로 달려 온 정부가 미분양 증가, 역전세난 심화 등 각종 부작용이 본격화되자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부분해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부터 한꺼번에 쏟아진 각종규제조치로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부동산시장이 붕괴돼 경제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시장을 연착륙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다른 규제 동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건교부는 우선 이달 안에 주택거래신고지역중 일부 동(洞)을 신고지역에서 전격 해제할 방침이다.
해제대상 지역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서울 송파구 풍납동이나 강동구암사동처럼 문화재보호구역 등 다른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이중규제를 적용받는지역이 될 전망이다.
건교부는 또 연내에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광역시중 일부 또는 대부분 지역을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키로 하고 현재 내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등 지방광역시 4곳과 경남 창원, 양산시 등 지방 도시들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세금 완화 등도 규제완화 정책과 직결돼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를 기한으로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 체계적으로 개편중이며 특히 과표인상으로 인한 종합토지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금을 낮춰주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중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각종 규제를 탄력운영하고 있으나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변한 것은 아니다"면서 "부동산실거래가 신고 의무화조치나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 등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부터 시행될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부동산시장 회복될까 = 내집마련정보사와 유니에셋 등 대부분 부동산정보업체들은 부동산시장이 하반기에도 `하향안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가 부분적으로 해제되고 있지만 정부의 근본 기조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다소 회복될 뿐 투기장으로 급변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
우선 기존아파트에 대한 투기억제책 가운데 하나인 주택투기지역 해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동산 양도시 실거래가로 매겨지던 세금이 기준시가로 매겨지게 되는 만큼 투자자 및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공황상태가 다소 회복되면서 거래가 늘어나는 등 숨통이 조금은 트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앞으로 해제기준이 분명해지고 지정단위도 읍.면.동으로 세분화될 전망이어서 투기과열지구 해제 만큼의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지만 경착륙에서 연착륙을 유도하는 효과는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거래신고제도 부분해제도 거래의 숨통을 틔워주는데 어느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등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6개 지역에서는 거래가 신고지역지정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는데 일부 동(洞)이나마 신고지역에서 풀어주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다시 이뤄져 시장이 어느정도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기과열지구는 부동산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규제중 하나로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가 본격 해제될 경우 지방 부동산시장, 특히 분양시장은어느정도 회복될 수 있을 전망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분양시장이 얼어붙게 마련으로, 실제지난해 11월18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부산.대구.광주.울산광역시와 경남 창원.양산시 등지의 경우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지구지정 이전 평균 1천∼2천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 아파트가 3천∼4천가구로 급증했다.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해당 지역의 아파트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것으로 전망되는데 실제 투기과열지구 해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분양을 미뤄왔던 건설사들은 현재 정부의 정책변화를 주시하며 조심스럽게 분양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되더라도 분양권 전매 횟수가 제한될 것으로 보여지방 분양시장이 예전처럼 과열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면서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등 다른 규제들도 추가로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시장이 조금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