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재벌 유코스의 전 회장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괴씸죄’에 걸려 사기와 탈세혐의로 구속되고 유코스마저 파산위기에 직면하면서 러시아 재벌들의 흥망성쇠가 주목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28일 러시아 재벌인 ‘올리가르흐(과두정치독재자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성장 및 몰락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러시아 재벌들은 지난 80년대 후반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과 함께 수완을 발휘하며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에 맞서다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의 언론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당시 수학박사에서 자동차판매업자로 변신에 성공하며 대표적 재벌로 자리잡았다.
90년대 초반 러시아 재벌들은 금융업에 대거 진출하며 재산을 불렸다. 호도르코프스키도 컴퓨터수입을 통해 번 돈으로 메나텝은행을 설립해 기업들에 높은 금리로 달러를 대출해주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후 러시아 재벌들은 정치권과 유착관계에 들어서며 독점적인 이익을 보장받기에 이른다. 베레조프스키는 지난 96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재선에 큰 도움을 주며 한때 막후실세로 떠올랐고 호도르코프스키도 개혁적 공산주의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잠시 동안 에너지ㆍ석유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러시아의 국영기업 민영화도 오늘날 러시아 재벌 탄생에 큰 몫을 했다. 지난 95년 러시아는 자본주의화를 마무리 짓기 위해 알짜 국영 광산ㆍ석유기업들을 대거 매각했고 이를 헐값에 인수한 재벌들은 몸집을 크게 불렸다. 호도르코프스키의 메나텝그룹도 이때 러시아 2대 정유사였던 유코스를 단돈 3억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이 같은 러시아 재벌들의 성장과정은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유코스가 법원판결로 납부해야 할 체납세금은 현재 34억달러에 달하며 러시아 법원은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를 매각해 체납세금을 거둬들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