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의 진짜 아빠(창작자)를 가리는 소송에서 '만든 아빠'과 '키운 아빠'의 권리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31일 TV용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시리즈의 캐릭터와 영상 등을 제작한 ㈜오콘이 기획ㆍ마케팅을 담당한 공동사업자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자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뽀로로 캐릭터의 창작자로서 저작권(저작인격권)을 단독으로 인정해달라"는 오콘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 창작에 직접 참여한 사람만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오콘 측은 "뽀로로 캐릭터의 시나리오ㆍ콘티ㆍ연출ㆍ편집까지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된 전반의 업무를 오콘이 했으며 아이코닉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광고ㆍ마케팅만 했을 뿐"이라며 "뽀로로의 저작인격권은 오콘 단독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캐릭터란 만화ㆍ텔레비전ㆍ영화 등 매체를 통해 등장하는 인물, 동물, 물건의 특징, 성격, 생김새, 말투, 특이한 동작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정체성(identity)을 의미한다"며 "캐릭터 형성에 1%라도 기여했다면 공동 창작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경우 역시 "아이코닉스는 기획 과정에서 캐릭터 외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눈동자 위치 등에 대한 수정의견을 내는 등 디자인에 구체적으로 관여했을 뿐 아니라 더빙 작업을 맡아 뽀로로의 목소리와 특유의 말투를 만드는 등 캐릭터의 표현 방식에도 기여했기 때문에 아이코닉스 역시 저작인격권의 일부를 가졌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003년 10월부터 E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는 오콘이 캐릭터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아이코닉스가 기획ㆍ마케팅을 나눠 맡아 나온 결과물이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뽀로로는 아이들로부터 '뽀통령(뽀로로 대통령)' '뽀느님(뽀로로 하느님)'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90여개국에 수출된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