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들 올 정기인사 "과감한 물갈이" 예고

"내부자극 통해 조직개선 필요시점" 판단…삼성 CEO 다수교체·SK도 큰폭 승진
현대차·LG등은 당분간 큰변화 없을듯


올해 그룹들의 정기 인사는 ‘과감한 물갈이’가 주류를 차지할 전망이다. 내년 경기침체가 우려된다고는 하나 최근 몇 년간 경영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데다 또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내부 자극을 통한 조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사장단 인사가 비교적 적었던 삼성그룹이 큰 폭의 인사교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상당수 CEO들의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그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해 교체된 금융 계열사를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대규모 사장단 인사가 없었던 게 이 같은 관측의 주된 근거다. 또 매년 1월 둘째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실시하던 임원 인사를 한달 정도 앞당긴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연초 “조직이 느슨해지고 비대해졌다”고 밝힌데다 올해 삼성 내부의 변화가 많았고 부사장급 이하의 승진이 적체돼 조직이 경색됐다는 점도 대폭 인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만 100%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며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다음 사장단을 교체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까지 감안하겠지만 올해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야기다. SK그룹의 경우 활발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는 SK㈜ 등 주력 계열사에 비교적 큰 폭의 승진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이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부 계열사들은 예년 수준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돋보이는 실적 개선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ㆍ한솔그룹 등은 이날자로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 그룹의 관계자는 “큰 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은 그룹 위상과 규모가 그만큼 커진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오는 12월 말이나 1월 초 임직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STX그룹은 2008년까지 전세계 주요 거점에 신규 지사나 해외법인을 10곳 이상 설립할 예정이어서 해외 생산 및 영업 부문 임원들의 대폭 이동이 예상된다. 다만 올 한해 ‘내우외환’을 겪은 현대차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몽구 회장은 지난 10월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연말 조직개편은 없다”고 언급, 당분간 변화보다는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다만 올해 판매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등 부진한 실적에 대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직 혁신을 위해 크게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LG그룹 역시 지난 2년 동안 LG화학ㆍLG텔레콤 등 6개 주요 계열사의 CEO를 교체한 만큼 LG전자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LG그룹 안팎에서 실적 악화 책임론에 따라 일부 기업 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존 CEO들을 대체할 인물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예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 상태에서 입단속을 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롯데ㆍ한화ㆍ현대ㆍ두산그룹 등은 지난해 인사 폭이 컸거나 수시로 인사를 하는 그룹 특성상 이번 인사시즌을 조용히 보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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