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5개사를 회원으로 하는 대한석유협회가 상근회장제 도입과 낙하산인사를 요구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이에 따라 2월 중 개최해야할 정기총회의 일정을 아직도 확정못한 석유협회는 이달말 현 회장·부회장이 임기만료로 퇴진하면 행정공백상태에 빠지게됐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석유협회는 정관규정상 이달안에 총회를 열어 임기가 끝나는 현 회장단의 뒤를 이을 신임회장단을 선출해야 하지만 「비상근인 회장을 상근으로 전환, 외부인사를 영입하라」는 정부측 입김에 밀려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있다.
석유협회장은 정유 5사 대표가 차례로 돌아가며 맡는게 관례였으며 회장은 상징적인 지위만 가질 뿐 협회의 모든 업무는 상근부회장이 처리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순서상 현 회장인 쌍용정유 김선동 부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정유 정몽혁 사장이 차기 회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구도가 일시에 흐트러진 것이다.
이와 관련, 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달안에 정기총회를 개최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정관개정 등 작업을 거쳐 총회개최일정을 공고하려면 당분간 회장과 부회장없이 협회가 운영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밀고있는 인물은 이종원 해외석유개발협회 부회장으로 알려져있다. 정유업계는 미국 한인회장 출신인 李부회장이 얼마전까지 아태재단에서 일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석유협회 회원사 가운데 SK㈜·LG칼텍스정유·쌍용·한화에너지등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3일 정유 5사 임원들이 석유협회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도 회장의 외부영입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당연히 鄭사장이 석유협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알았던 현대정유다. 현대정유측은 정유업계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 석유협회장으로 들어오는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부분 정권 주변인사들이 낙하산식으로 부회장에 영입되는게 관례였지만 이번처럼 아예 회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