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은 이번 방미 기간에도 최대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이번 방미 패션의 키워드는 2월 취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한복이다. 예상대로 박 대통령은 미국 도착 후 첫 일정인 뉴욕 동포간담회에서 '한복 스타일'을 선보였다. 위아래 모두 아이보리색에 다홍색 고름으로 포인트를 줌으로써 단아한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여기에다 진주 귀걸이로 마무리해 우아함을 한층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첫 행사부터 한복을 입고 나온 것은 우리 전통의 미를 뽐내는 동시에 한류문화까지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도 외국에 나가 동포를 만날 때마다 한복을 즐겨 입었는데 이번 방미 일정 동안에도 3~4벌의 한복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복과 함께 이번 방미 패션의 컬러 키워드는 흰색과 녹색이다.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동포간담회에 흰색 한복을 입고 나온 데 이어 워싱턴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흰색 바지 정장으로 깔끔하게 멋을 냈다. 장동림 덕성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는 "특히 동포들을 만날 때는 흰색 옷을 많이 입어 백의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취임식 코트로 카키색(이른바 국방색)을 선택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도 예외 없이 녹색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특히 올 봄의 '잇 컬러(it-color)'로 떠오른 녹색은 밝고 활기찬 이미지를 준다. 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미국 방문길에 오를 때는 파스텔톤의 그린색 재킷에 브라운 색상의 정장 바지로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튀지도 않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6일(현지시간) 오전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사무총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도 녹색 계열 중에서도 화사한 올리브그린 재킷을 입어 경쾌한 이미지를 풍겼다.
스탠드업 칼라의 재킷에 금단추가 포인트로 장식된 바지 정장 차림은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에도 안성맞춤이다. 장 교수는 "박 대통령이 차이나 칼라나 스탠드업 칼라의 정장 차림을 즐겨 입는 것은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활동성을 강조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의 품위를 나타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취임식을 비롯해 이번 방미 일정에서도 녹색 계열의 의상을 즐겨 입는 것을 두고 "녹색은 새롭게 시작하는 계절을 닮은 색으로 밝고 희망찬 느낌을 준다"며 "무겁고 탁한 색이 아니라 채도가 높은 녹색을 선택함으로써 생동감을 더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