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논의 신중해야

새누리당이 검정(檢定)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國定) 체제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가 7일 "역사는 한 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게 국가적 임무"라며 군불을 때더니 8일에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국정 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며 한발 더 나갔다.

새누리당의 입장에는 이해가 간다. 건국과 경제개발 과정을 중시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검정 교과서 1종이 나와 일부 학교에서 교재로 채택했는데 시민사회단체 등의 '이지메(집단따돌림)와 마녀사냥'으로 줄줄이 철회됐으니 위기의식을 가질 만하다. 새누리당의 속내를 알 수 없으나 국정전환 논의는 더 큰 시비와 대립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민주당은 "유신시대로 돌아가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철도 민영화, 의료 영리화 논란에 이어 역사 교과서 문제까지 쟁점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검정 체계에서 8종의 한국사 교과서 중 하나를 놓고도 논란이 분분한데 국정 체제로 돌아가자는 논의와 단일 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질 혼란과 갈등은 개헌 논란 못지않다. 2003년 국정 체제에서 검정 체제로 바꾼 것은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온 나라가 개헌 논란에 빠져들면 경제 불씨도 꺼지고 다시 살려내기 어렵다며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런데 여당이 국정 한국사 교과서 논란으로 국민을 분열시켜서야 되겠는가. 정부와 여당은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일선학교의 교과서 선정에 외압이 통하지 않게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사관을 떠나 오류투성이 교과서들이 검정 체계를 무사 통과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