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그저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들과 만나 FTA(자유무역협정)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기본협정은 FTA의 기본골격을 정하는 ‘모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내년 4월까지 상품협정을 마무리하고 7월부터 발효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상품분야의 FTA가 발효되면 쌀을 포함한 40개 민감한 품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상품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돼 오는 2010년까지 90% 이상 제품의 관세가 모두 사라진다.
아세안과의 FTA 체결로 우리가 얻는 직간접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교역규모의 확대다. 아세안의 경제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9%, 교역액도 19.5%를 차지하는 4위의 경제권역이다.
우리나라는 올들어 10월 현재 227억달러를 수출하고 210억달러를 수입해 17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렸다. 그러나 아세안과 FTA가 본격적으로 발효되면 수출이 100억달러 더 늘어나고 무역흑자도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세안과의 FTA체결은 이와 함께 미주ㆍ유럽ㆍ중화권 등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경제블록화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본협정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우리와 협정을 맺는다는 큰 틀을 마련한 것일 뿐 개별국가와의 협상이 열쇠다. 태국은 쌀이 협상품목에서 빠진 것에 대해 벌써부터 불만이다. 축산물ㆍ열대과일류 등의 양허안협상도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세안과의 FTA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의 칠레ㆍ싱가포르 등과의 협정에 비해 효과도 크겠지만 충격도 클 것이다. FTA로 피해를 입는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범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하겠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우리의 여건상 FTA는 계속 추진돼야 함은 자명하다.
따라서 관련산업과 업체들도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안을 찾는 지혜를 모으는 게 더 현명하다고 본다. 그런 만큼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