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이홍권 부장판사)는 26일 조동만 한솔그룹 전 부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현철씨와 함께 기소된 김기섭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운영차장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1997년 6월 대선 잔금에 대한 권리를 헌납했을 뿐 이자에 대한 권리까지 포기한다고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돈을 받은) 2003년 2월 당시 50억원에 대한 미수이자가 소멸됐다고 볼 수 없고 조씨도 채권ㆍ채무관계를 청산한다는 의미로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억원 중 15억원은 무상으로 제공된 정치자금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20억원 중 15억원을 뺀 나머지 5억원에 대해 "조씨가 현철씨에게 줄 아무런 의무가 없는 돈이라는 점에 비춰 조씨가 현철씨에게 무상으로 제공한정치자금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이 단순 불법자금으로 5억원을 수수한 것이 아니라 대선 잔금에 대한 30개월치의 이자를 받는다는 인식하에 15억원을 받으면서 추가로 5억원을 받은 점, 현철씨가 이미 7개월 가까이 수감생활을 해 온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현철씨는 2003년 2월부터 12월까지 17대 총선을 앞두고 김씨를 통해 조씨로부터선거자금 명목으로 영수증 처리 없이 모두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조씨에게 맡겼던 대선 잔금의 이자라고 주장해 왔고, 1심 재판부는 현철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0억,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