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것인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초청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과 김 비서가 모두 참석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조우할 가능성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멍석을 깔아주는 만큼 박 대통령이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빙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남북한 정상이 만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참석 가능성 높아=청와대는 참석 여부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참석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비롯해 국무회의, 통일준비위원회 회의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 주는 상징성에 주목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일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다. 청와대가 "내년 일정을 검토해봐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도 참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모스크바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꼬일 대로 꼬인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박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까=일각에서는 남북이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낙관론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고 있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선뜻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가 초청한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내년 5월 이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별도의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남북 정상 간 조우는 물 건너가게 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기념식 참석을 결정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조우해 짧은 시간이나마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가능성은 있다. 남북 정상을 동시에 초대한 푸틴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할 경우 남북한·러시아를 아우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액션플랜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 교수는 "서울과 평양 간 직접 정상회담이 부담스러운 점을 감안하면 내년 5월 기념식 참석을 통한 남북 정상들의 조우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남북 정상이 조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