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대참사] 세월호 선원 "비상 안전교육 안 받았다"

■부실한 선원교육
두 달 전에는 해경이 양호 판정

세월호 선장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우왕좌왕하는 승객을 내버려두고 가장 먼저 탈출하면서 3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대형 참사가 빚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장이나 항해사 등의 안전교육은 5년에 한 번 받는 기초 교육이 전부이고 그나마 승객 구조 관련 내용은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도 실제 비상상황과 동떨어진 이론 위주여서 몸에 밸 정도로 비상시 행동을 숙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실제 침몰사고 등 비상사고가 발생하면 승객보다 더 허둥대고 먼저 살기 위해 위험에 빠진 승객을 나 몰라라 하게 되는 것이다.

20일 국내 선원교육을 하는 유일한 기관인 해양수산연수원에 따르면 선장과 1·2·3등 항해사 등의 직무별 교육과정을 보면 안전교육 유효기간은 5년까지로 기간만료 전에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1·2·3등 항해사들은 한번의 교육에서 51시간 동안 안전교육과 여객선 상급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구명정수실습 외에는 군중관리나 인간행동의 특수성 등 개론적인 내용이 더 많다.

선장은 항해사들이 받는 교육에 18시간의 직무교육을 추가로 받는 식인데 비상시 선박 전체를 컨트롤하는 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선박복원성, 해양 오염 방지 등 개괄적인 내용이 종합적으로 묶여 있어 전체 컨트롤타워로서 선장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은 별도 항목에도 잡혀 있지 않다. 더욱이 직전 1년간 배를 타면 안전교육이 면제되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교육마저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승객을 버리고 혼자 탈출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이준석(69) 세월호 선장은 교육 유효기간 5년이 지났지만 직전 1년간 배를 몰아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됐다. 10년 넘게 외항선에서 근무한 한 항해사는 "아직도 선수방위 등 항해의 기본 용어나 단위조차 모르는 선장이 많다"며 "1970~1980년대 해기사 시험이 글만 읽을 수 있어도 합격할 정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점도 한몫했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교육이 실제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승선 허가 등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매년 모든 승무원이 자격 갱신 훈련을 받고 공항공사 주도로 1년에 한 번씩 전체 합동훈련을 받는 항공업계와는 큰 차이가 난다. 국내 한 항공사의 객실승무원은 신입 기간 2개월 동안 160시간의 안전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거의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훈련을 받기 때문에 항공기 비상착륙 등이 이뤄지면 승무원들은 승객대피를 위해 마지막까지 제자리를 지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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