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가 신용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공공기관 설립을 추진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에서 터진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그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아무 사고 없이 수행해온 신용정보 집적 업무로 불똥이 튄 까닭이다.
특히 연합회 예산 등에서 거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신용정보 관련 업무가 혹여 다른 곳으로 이관될 경우 위상 축소 등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당국이 오는 4월까지 신용정보 집적과 관련한 개선 대책을 내놓기로 한 가운데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신용정보 집적 업무를 공공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해 관련 논의가 신용정보법 개정 태스크포스(TF)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만 김 의원의 안은 정치권에서조차 큰 세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정보 유출 사고 탓에 신용정보 집적 업무도 어떤 식으로든 손볼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신용정보 업무를 누가 맡느냐는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외국에서도 민간업체인 신용평가사가 신용정보를 집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기관이 관련 업무를 맡지만 감독 목적의 제한된 정보 수집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이 맡든 협회가 맡든 법령 등을 손보지 않은 상태라면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금융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금융 산업이 압축 성장해온 만큼 여타 기관에서 신용정보를 집적할만한 역량이 안돼 연합회가 법령에 의거해 이를 맡아왔다"며 "신용평가사나 금융회사에 신용등급을 매기기 위한 자료 제공 목적의 정보 수집인데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돈벌이를 위한 정보 수집이란 견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칫 최근의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 신용대출을 죽이고 되려 담보대출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개연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회 내부에서 감지되는 불안감도 크다. 법령 강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예산·인원 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정보 관련 업무가 날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국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공공성과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도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