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발전 큰 타격…경영활동 급변 불가피

■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2013년부터 강제할당
환경부등 "자율·권장만으론 한계…도입 불가피" 주장에
지경부·산업계선 "시기상조·협상전략으로도 불리" 맞서
"제조업 경쟁력 유지하며 산업구조 개편 해법 고민해야"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기후변화대책 중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총량제한)이 언제부터, 어떠한 방식으로 실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우리 경제는 제조업이 주력 분야여서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 여부는 기업 경영활동의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생산활동을 위해 에너지 사용이 필요하고 이는 곧바로 온실가스 발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이란 기업의 생산ㆍ경영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의미한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를 기획할 때부터 실제 투자해 공장을 설립하고 가동할 때까지 최소한 5~6년은 소요된다”며 “따라서 오는 2013년부터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강제로 규제하면 이는 지금 당장 기업의 경영ㆍ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할당 찬성ㆍ반대론=환경부와 총리실 기후변화기획단 등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제와 이에 근거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정부의 ‘권장’만으로는 전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흐름에 따라갈 수 없고 관련 산업을 키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2013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강제할당제 도입을 미리 발표하고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기본법에는 2013년 이후 기업별 온실가스 발생량을 총량 제한하고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행시기는 포스트 교토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식경제부와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화학공업 중심인 우리 경제구조에 비춰볼 때 배출량 강제할당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협상을 위해서도 지금 강제할당제 카드를 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인데 정부가 이렇게 저탄소사회 전환을 서두르면 제조업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과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포스트 교토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우리의 협상카드”라며 “이를 우리가 도입하더라도 협상의 최종 국면에서 받아들여야지 이렇게 먼저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면 협상에서 아주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2013년 이후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지에 관해 논의하는 ‘포스트 교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는 교토체제에서는 유럽연합(EU), 일본 등만이 온실가스 강제감축국이다. 따라서 EUㆍ일본 등은 우리나라와 미국ㆍ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 교토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갖지 않은 국가들을 2013년 이후 진행될 포스트 교토체제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의무감축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온실가스 강제할당제 실시되면=우리나라의 지난 2005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9,100만톤으로 1990년의 배출량 2억9,740만톤과 비교할 때 98.7% 증가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늘어 2030년에는 1990년 대비 220% 증가한 약 10억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5년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 사용을 통한 배출이 84.3%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산업공정에서 11.0%, 농업ㆍ폐기물에서 5.7%가 각각 나온다. 에너지 부문 중에서는 발전이 34.3%로 가장 높고 이어 산업 부문 31.5%, 수송 19.7%, 가정ㆍ상업 12.4%, 공공ㆍ기타 1.0% 등이다. 결국 전체 에너지를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부문별로 보면 산업 부문 40%, 발전 부문 30%, 수송 부문 20% 정도의 비율인 셈이다. 따라서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이 실시되면 산업 부문과 발전 부문이 가장 타격을 심하게 받는다. 우리나라 산업은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ㆍ자동차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화학공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발전 부문 역시 발전량의 약 40% 정도가 유연탄과 무연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연료를 이용해 나온다. 따라서 발전 부문에도 기업별 할당이 되면 영향이 매우 크다.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 개편으로 연결=결국 온실가스 배출량 강제할당 등 저탄소사회를 향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산업구조 개편으로 연결되게 된다. 현재 중화학 제조업 중심인 우리의 고탄소 산업구조를 정보기술(IT), 바이오,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등 저탄소산업으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화학 제조업을 저탄소산업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경제는 성장을 위해 상당기간 이들 중화학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저탄소사회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어떻게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산업구조 개편을 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