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임상옥을 다시 생각하다-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몇 년 전 드라마로 제작돼 큰 화제를 모았던 '상도'는 임상옥(1779~1855)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사학자 문일평 선생이 한국 역사에서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상인이 왜 없을까 해서 발견한 인물이 바로 임상옥이다. 그는 조선후기 무역상인으로 청나라와의 인삼 교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말년에는 벌어들인 돈으로 굶주리는 백성 및 수재민을 구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한중 무역관계에 대변화가 예고되는 현시점에서 임상옥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임상옥은 당시 가히 혁신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는 홍삼 증포술로 조선 인삼의 가치를 높였으며 청나라 상인들의 담합을 두둑한 배짱으로 돌파했다. 소설과 드라마에서 알 수 있듯이 임상옥은 조선 인삼을 홍삼으로 제조해 최고의 가치를 부여했으며 청나라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 청국 상인들의 가격 담합을 무력화시켰다. 또 임상옥은 청국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청국 상인과의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소설이나 드라마에 다소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임상옥은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에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동안 수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과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지리적 이점에도 중국 시장은 마치 신기루와 같아 달려가면 갈수록 멀어지고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많은 기업들이 내수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것이다. 중국 시장은 매력 넘치는 시장임에는 분명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과 철저한 시장 분석 없이 좋은 성과는 불가하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됐다.

지난 2005년 민간 공동연구를 시작으로 2012년 5월 첫 번째 협상을 개시한 후 양국 간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한중 FTA가 타결됐다. 이는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는 중국 내수 시장을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보다 한국이 먼저 선점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FTA 타결로 우리 제품의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반면 우리 시장에 대한 중국 제품의 진출도 커진 만큼 유불리를 계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과의 FTA 타결은 우리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 최근 들어 부쩍 자신감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의 물량공세를 막아내고 역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00년 전 조선 상인 임상옥이 했던 것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수집·시장분석·소통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한중 FTA 타결 이후 중국 시장 선점을 위해 우리 중소기업들도 준비가 한창이다. 과거의 실패 사례를 거울 삼아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현지 소비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조선후기 기근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조선이 선택한 청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이득을 남긴 임상옥처럼 위기 상황에 직면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현대판 임상옥이 출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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