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지진해일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가 많았던것으로 알려진 태국 피피섬에서 무사히 돌아온 여행객들은 26일 오전 겪은 아비규환의 참상을 생생히 전했다. 이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기면서 6시간이 넘도록 피피섬에서 고립된 채버틴 악몽의 순간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에서는 한국인 피해자가 속속 더 나올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이날 오전 9시35분께 푸켓발 인천행 대한항공 KE638편을 통해 입국한 박민정(30.여)씨는 "섬에 도착해 스피드보트를 타려고 준비하는데 물이 1∼2초 만에 갑자기 차올랐다"며 "그러더니 순식간에 물이 넘쳐 방갈로가 무너졌고 일행 19명 중 7명이 휩쓸려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섬에서 6시간 가량 두려움에 떨다가 배를 타고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남편 이정민(32)씨는 "스피드보트를 타고 나가려는데 해변에 물이 빠져서 못 나가게 됐다"며 "가이드가 보트를 밀어서 나가자고 하길래 밀고 있는데 2∼3분만에 물이 차 올랐다"고 말했다. 김형기(36.충남 거주)씨도 "보트에 탔는데 태국인 가이드는 해일이 온다는 것을알았는지 갑자기 위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우리 일행은 짐을 챙기라는 한국인 가이드의 말에 해변을 등지고 돌아서서 짐을 챙기다가 갑자기 물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박지호(29).김진옥(27.여) 씨는 "오전 10시가 좀 지났을 때 주변의 물이 넘치면서 휩쓸렸다가 다시 바닷가로 밀려와 나무를 붙잡고 위로 올라갔다"며 "팔,다리가 잘린 외국인도 많이 보였고 주변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했다. 피피섬에서 작은 아들과 가까스로 구조됐다는 김모(35.여)씨는 "27일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한국인 중 일행을 못 찾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고 말했다. 박민정씨도 "현지에서 본 한국 관광객만 40∼50여명"이라며 "앞으로 확인작업이 진행되면 현재 알려진 것보다 피해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입국자 236명 중 한국인은 228명이었으며, 승객 수십명이 찰과상, 타박상 등을 입었다. 항공사측은 거동이 불편한 승객 6명을 휠체어에 태워 입국장까지 안내했다. 한편 지진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북부 아체주에서 사고 직후 연락이 끊긴 은희춘(61)씨가 지난 8월27일 항공대에서 국산 경비행기 `보라호'의 시험운항 도중 숨진고 은희봉(47) 교수의 친형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은씨는 지난 2002년 5월부터 아체주에 있는 시멘트 업체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영종도=연합뉴스) 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