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발달하고 더 나은 삶을 지향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음식이 주는 영양적 가치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서 얻게 되는 기호성과 기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몸에 좋은 식품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식품이 우리 몸에 미치는 나쁜 유해성들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식품 정보에서 식품의 기능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측면이 있듯이 식품이 주는 유해성에도 과장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등 미디어 발달의 시대에 이러한 정보들은 별다른 검증과 여과장치 없이 유통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또 다른 정보가 가공, 재생산 되는 실정이다.
밀가루로 예를 들어보자. 수천년 동안 인류가 먹어온 밀가루가 유해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밀가루가 위험하지 않다고 반론하면 수입 밀가루가 위험하다고 한다. 밀가루를 수입하는 경우는 드물고 수입한 밀을 국내에서 제분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입 밀가루는 거의 없다고 하면 십 수년 전 수입 밀에 농약성분이 과량 검출된 적이 있었다며 수입 밀이 문제라고 한다.
수입 밀이 실제로 문제가 된 경우가 두 번 있었지만 그나마 한 번은 검사방법에 문제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 이후로 16년 넘게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경우가 없다고 알려주면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재배과정에서 뿌린 농약은 잔류기간이 45일 정도로 짧아 국내에 들어오는 시점에는 농약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밀가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설탕이 그렇고 소금이 그렇고 최근에는 완전식품이라고 일컬어지던 우유마저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 왜 오랜 기간 별 탈 없이 먹던 합법적인 식품들이 건강을 해치는 주적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을까.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식품정보가 유통되는 경로와 소비자가 갖는 신뢰에 문제가 있다.
식품을 과학적 대상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엄밀한 검증이 없는 식품정보가 매일 쏟아져나온다. 게다가 잘못된 정보를 재생산하는 사람들 중에는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정보를 수집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그 정보를 판단하려는 노력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능력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자체가 끊임없이 문제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별 문제 아닌 것을 과장하기도 하고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부각시켜 이슈화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문화 속에서 도대체 믿고 먹을 것이 없다는 푸념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부터라도 합리적인 식품정보의 유통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