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무의 후계승계는 사실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이건희 회장과 달리 외아들인 이 전무는 태어날 때부터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나 다름없다. 단지 부담스러운 점은 이 전무의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계승계가 확정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자질론.
이 전무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경영능력 향상과 더불어 조직 내에서 후계승계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내기 위한 단계를 밟아왔다.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CCO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그의 경영수업과 능력에 대한 검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전무에 대한 경영수업의 시작은 지난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 전무는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에 따라 방학 때마다 전주제지ㆍ제일제당 등 지방 공장을 방문해 어떻게 공장이 운영되는지 살펴봤다. 당시 이 전무를 수행했던 한 관계자는 “공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알려주려고 한 것 같다”며 “브리핑이 잘못될 경우 비서실을 통해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전무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95년 일본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땄고 200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박사(DBA) 과정을 수료했다. 이 전무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씨와 만난 것은 미국 유학 중이던 97년 초. 1년여의 교제기간을 거쳐 98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 전무는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2001년), 삼성이건희회장장학재단 이사(2002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2003년), S-LCD 등기이사(2004년) 등 다양한 보직을 거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실경영은 ‘교실’에서 배웠던 것과 달랐던 것. 이 전무는 벤처 붐이 일었던 90년대 말 처음으로 전면에 나서 ‘e삼성’을 이끌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삼성그룹 내외부에서는 이 전무의 경영자적 자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후계구도에도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었다.
주량은 폭탄주(맥주+양주) 7~8잔 정도로 잘 마시는 편에 속하며 직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본인이 직접 폭탄주를 제조하기도 한다.